주택 분양시장 불황이 막바지에 온 것일까요. 신규 아파트 분양가 인하에 인색하던 대형 브랜드 아파트 업체들이 6월 들어 분양가격을 과감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대형업체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 인하는 쉽지 않은 일이죠. 경상경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시행사의 ‘고분양가 고수익 유지’ 방침과 맞물리면서 분양가 인하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주택시장 장기 불황은 대형업체 브랜드 아파트라도 ‘분양가격이 높으면 미분양된다’는 ‘예고된 위기’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마저 미분양될 경우 대형업체라도 자금 유동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분양가 인하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던 대형 브랜드 아파트 업체들의 도도함은 사라지고, 올 들어 줄줄이 분양가 인하를 통한 분양 성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인 1999~2002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2009년 초에 나왔었지요.

분양가 인하 사례는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청약에 들어간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3.3㎡당 평균 1240만 원으로 5년 전인 2007년 분양된 바로 옆 더샵센트럴파크 1, 2차 분양가보다 오히려 3.3㎡당 110만~150만 원 가량 낮지요. 경기 수원시 망포동 한양수자인 에듀파크의 분양가는 3.3㎡당 1000만 원 선으로 2007년 3.3㎡당 1400만 원대에 비해 30%나 내렸지요. 충남 천안에서 분양하는 한화 천안 차암 꿈에그린아파트도 주변 시세에 비하면 30% 가량 낮은 분양가라고 합니다.

물론 미분양 우려와 주변 집값 하락에 따라 분양가를 인하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로 집을 산 가계의 빚 부담이 늘면서 좁은 면적 주택을 팔고 넓은 면적으로 이사가는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는 등 가계의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빚어진다는 것이죠.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산된 ‘하우스푸어’가 이를 말해주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형업체까지 분양가를 인하하는 시기는 실수요자나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입니다. 업계는 분양가 인하를 ‘울며 겨자먹기’라며 울상을 짓고 있지만, 실수요자는 지금처럼 분양가 거품이 빠질 때가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신도시나 입지조건이 좋은 지역에서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호기인 셈이죠. 현재 분양하는 아파트가 입주하는 3년 후의 부동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면 분양가 인하 아파트로 내집마련을 하는 것도 재테크의 한 방법입니다. 실수요자들은 분양가 인하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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