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된 ‘후궁:제왕의 첩’은 조여정(31)의 과감한 노출신,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 조여정은 사랑하는 권유(김민준)와 부친 신 참판(안석환)을 잃고 홀로 궁궐에 남겨져 생명을 위협받지만, 마침내 복수를 하고 궁의 주인이 되는 화연을 연기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아담한 카페에서 조여정을 만났다. 조여정은 노출과 정사신을 야무지게, 그리고 정확하게 해석했다.
“이 영화에선 왕위 계승을 위한 음모가 이어지죠. 인간의 탐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음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탐욕을 상징하기 위해 노출과 정사신이 필요했던 거죠. 노출과 정사신은 영화 전체의 맥락에서 짚어보면 모두 의미 있는 장면들이에요.”
영화를 보고나면 ‘노출’, ‘정사’라는 단어에 가려졌던 조여정의 숨은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섬세하고 사연 깃든 표정이 곱고 작은 얼굴에 계속 맴돈다.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가녀린 존재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캐릭터에 철저하게 몰입했기에 가능한 일.
“준비기간과 촬영기간까지 4~5개월 동안 철저하게 화연이 되자고 작정했죠. 꿈에서조차 화연이 되도록 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서러운 화연, 아들을 지키고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화연을 생각하고 화연처럼 행동하고자 했어요. 나를 버리고 다른 나로 바꾼 시간이에요. 그렇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저를 채찍질했죠.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성장통을 겪었답니다.”
조여정은 2010년 ‘방자전’에서도 노출과 정사신을 마다하지 않는 프로근성을 발휘, 4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수확()을 거뒀다. 때문에 ‘2연승’이 기대된다.
“이번엔 200만 관객 정도라면 만족할 거예요. 그 이상은 팬 여러분들의 선물로 생각할래요. 다만 ‘후궁:제왕의 첩’은 또 하나의 멋진 우리 영화니 많은 사랑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방자전’과 ‘후궁:제왕의 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 또한 사극일까
“조여정을 버리고 화연이 되는 과정을 통해 즐거우면서도 격렬한 고통을 겪었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은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음…, 액션이 어떨까요. 제가 수영, 달리기, 피트니스 등을 즐기거든요. 언니랑 10㎞ 마라톤에 참가하기도 하죠. 와이어에 매달려보는 게 스릴 있고 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어요.”
조여정은 15년 전인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하지만 초반 운은 좋지 않았다. 소속사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20대 초반을 ‘일’ 없이 보냈다.
“동국대를 다녔는데, 일이 없다보니 학교에서 먹고 자고 원없이 뒹굴었어요. 수업 끝나고 연극 연습하다 보면 밤이 깊어지잖아요. 집(분당)이 멀어 아예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했죠. 그러다보니 청춘과 낭만의 추억을 쌓을 수 있었고, 연극 연습을 하면서 연기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어요. 제겐 다른 것과 절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소득이죠.”
20대 초반을 일 없이 보냈지만 30대 초반의 조여정에겐 일이 쏟아질 것 같다는 즐거운 예감이 든다.
이준호기자 jh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김동훈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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