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라이프를 위한 슬로플랜 /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 문학동네

행복한 삶이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더 아끼고 소중히 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그리 팍팍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웃과 사이좋게 서로 도우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이것저것 해야 하고 지녀야 할 것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빨리빨리’가 일상의 접두사가 된 현대. 이 책은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슬로라이프의 미덕을 일깨운다. 저자는 한국계 일본인 문화인류학자이며 환경운동가로, 슬로라이프를 제창하는 시민단체 나무늘보클럽의 대표다. 저자는 돈과 경제성장 위주의 일상에선 ‘할 일’ 리스트와 더불어 그로 인해 수많은 문제가 쌓이게 된다며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제안한다. ‘할 일 강박증’에서 벗어나 오히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마라’며, 한 박자 쉬어가기와 과다한 할 일을 내려놓는 뺄셈형 사고를 말한다.

아침마다 ‘오늘 해야 할 일’부터 챙기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는 ‘버킷 리스트’까지 등장한 시대지만 ‘해야 할 일’ ‘소유하는 것’에 촉각을 기울이는 집단강박증에서 벗어나 보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마음먹기에 따라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내용들이다. ‘쉽게 쓰고 버리지 않기’ ‘TV 보지 않기’ ‘식사시간에 일 들고 오지 않기’부터 ‘버스나 전철에 급히 올라타지 않기’ ‘잠자는 시간 아끼지 않기’ ‘절대로 라는 말 하지 않기’ ‘필요 이상으로 분위기 파악하려 들지 않기’까지.

‘버스나 전철에 급히 올라타지 않기’만 해도 오늘 퇴근길에 시도해봄 직하다. 조금만 서두르면 탈 수 있는 버스·전철에 올라타기 위해 뛰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충분히 탈 수 있는 전철을 떠나보낸 아쉬움은 잊어버리고 다음 번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의 느긋함을 즐겨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몇 분의 여유를 위해 조금 일찍 출발하는 지혜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투리시간도 아끼며 근면과 효율을 중시해온 사회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유하는 물건을 줄여 편안한 공간을 만들자는 항목도 눈길을 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