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청년들의 아픔을 말하지 말고 어려움을 경험한 청년들이 최저임금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올려주세요.”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의 절규를 담은 ‘최저임금 청년 사례자 증언대회’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20대∼30대 초반인 3명의 청년들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절절한 사연을 직접 발표했다.

현재 정보기술(IT)업체의 파견직으로 일하는 A(31) 씨는 장시간 근로에도 월 약 120만 원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에서 임금 차별을 겪은 뒤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졸업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큰 데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그는 금전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학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청년 사례자 증언대회’는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청년유니온과 한국청년네트워크 등 청년단체와 장하나·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주최했다.

장 의원은 “청년 노동자들에게 왜 최저임금이 아니라 공정임금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라면서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청년들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구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례 대회에서 청년들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5600원 이상으로 인상할 것과 청년 당사자 대표를 최저임금위원으로 선정해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경제적 수치보다 생활수치를 중심으로 한 생활임금으로 전환할 것과 최저임금 관리 감독권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서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0대∼30대 초반 청년 8명의 가계부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8명의 임금은 월평균 111만7000원이었고, 소득의 60% 이상을 의식주에 할애하고 있었다. 10만 원쯤을 학원비로 쓰는 단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계발비가 0원이었다.

장 의원 등에 따르면 2012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96만 명이고, 이 중 25%가 청년노동자들이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