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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럽미사일방어시스템(MD) 계획을 확정 발표한 지 3일 만에 러시아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발사를 단행했다.

리아노보티,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23일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이날 오전 10시15분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코스모드롬 발사장에서 신형 ICBM이 발사돼, 동부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바딤 코발 국방부 대변인은 “신형미사일은 MD방어를 포함해 러시아의 전략미사일군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사거리와 탑재한 탄두 수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지난 9월27일 신형 ICMB 발사실험을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이번 발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유럽MD의 첫 단계로 레이더 시스템과 요격기를 탑재한 미 이지스함 4척을 스페인 로타항에 주둔시켜 통제권을 나토 사령부가 갖는 계획에 합의한 지 수일 만에 단행된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나토의 MD 계획은 2018년까지 2단계 루마니아, 3단계 폴란드에 각각 지상 기반 SM-3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고, 마지막 4단계로 미국에 도달 가능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나토가 유럽 MD를 강행할 경우 이에 맞서 폴란드·리투아니아와 맞닿은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사정거리 500㎞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맹비난하면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2 중단을 위협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최근 주요8개국(G8)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도 유럽MD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번 발사실험을 단행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의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명칭이 공개되지 않은 이번 ICBM은 기존 토폴M과 야르스이동발사시스템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텔레그래프지는 러시아의 신형 ICBM이 각 탄두에 방향전환장치가 돼있어 요격이 힘들며, 나토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수있는 능력을 갖춘‘제5세대 미사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