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오원춘 사건) 이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확산 우려 등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관련 범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4월1일 이후 한 달간 각종 범죄 혐의로 붙잡힌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62명에 비해 19.2% 감소한 1909명에 그쳤다.

연간 검거된 외국인 범죄 피의자 수가 2007년 1만4524명에서 지난해 2만6915으로 급증하는 등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원춘 사건 이후 외국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서인지 재중 동포(조선족)는 물론 중앙아시아 등에서 들어온 외국인들의 분위기가 많이 차분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오후 재중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거리 역시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 이후 부쩍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술자리 모임 후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붙들려 오고 하던 모습 역시 많이 사라졌다.

전태형 가리봉파출소 팀장은 “특히 금요일 밤에는 적어도 1∼2건, 많게는 3건 이상씩 술 먹고 싸움이 벌어져 파출소에 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며 “수원 사건 이후 술을 마셔도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외국인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는 재중 동포 김정숙(여·30) 씨도 “오원춘 사건 이후 아무래도 요즘엔 술자리 등을 조용히 끝내고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국에 온 지 4년 됐는데 요즘같이 조용한 적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등록상 거주자 1만7000명 중 8300여 명이 중앙아시아 및 중국에서 들어온 외국인일 만큼 외국인 비율이 높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또한 상황이 비슷했다. 대림파출소 관계자는 “오원춘 사건 이전을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50 정도로 외국인 범죄가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가 줄어든 것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표창원(행정학) 경찰대 교수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때도 주변 지역 범죄가 크게 감소하는 등 강력 범죄 직후에는 관련 범죄가 줄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간다”며 “장기적으로 범죄를 줄이려면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