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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지표와 정책이 골 깊은 불황 시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 들어 경매 아파트와 금액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아파트 실질가격(명목가격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수치)도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고요. 여기에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왔으나 아파트값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택 거래량 감소와 실질가격 하락, 경매물건(금액) 증가, 정부 대책에도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 등은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수도권에서 경매를 개시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물건은 각각 2025억 원(678건)과 1972억 원(629건)으로, 2009년 9월(1867억 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경매물건 증가는 체감 경기 불황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도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3.3㎡당 실질가격은 1월 1722만 원, 2월 1714만 원, 3월 1704만 원, 4월 1707만 원이었습니다. 특히 양천구의 경우 2007년 1월 2162만 원이었으나 올 4월 말 현재 1808만 원으로 3.3㎡당 실질가격이 360만 원가량 떨어졌지요.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도 급감해 1월 1537건, 2월 3354건, 3월 3970건, 4월 3805건 등으로 거래가 실종된 상태입니다. 2008년 1월 5358건, 2월 5514건, 3월 8876건, 4월 1만1632건에 비하면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요.

이와 함께 ‘5·10 부동산대책’이 나온 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도 바닥 현상의 하나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공급면적 36㎡형의 경우 ‘5·10 대책’ 직전 5억8000만 원을 호가(부르는 가격)했으나 15일 현재 5억5000만 원의 시세를 형성 중이지요. 이 단지 43㎡형도 2000만 원 내린 6억5000만 원에 호가 매물이 나와 있고요. 정부 대책에 따른 실망 매물로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현상은 송파구와 양천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도 예고된 ‘바닥’은 없습니다. 다만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깊은 불황이 지속되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점은 확실하지요. 이런 시장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물건을 골라서 살 수 있는 것이죠. 부동산 시장 바닥론이 나올 때와 하우스푸어(대출로 집을 사서 빚을 갚으며 사는 가난한 이들) 시대는 역설적으로 투자의 기회입니다. 재테크가 고민인 실수요자나 일반투자자라면 부동산 지표와 정책이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바닥의 시기에 오는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