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아파트 시장에 볕이 드는 것일까요.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아파트 시세가 4월말 반등했습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월 대비 0.31%를 기록한 이후 지루하게 하락하던 재건축아파트가 14개월 만에 오른 것이죠. 그래서 건설 및 부동산 중개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의 시그널이 없는 데도 재건축 시장이 반등한 것은 지난 4월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 시장이 그동안 논란이 된 ‘재건축 시 소형주택 의무 건축 비율 상향’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죠. 실제 박 시장 방문 이후 개포주공1단지 42㎡(이하 공급면적)가 3월초보다 5000만원가량 오른 6억9000만∼7억원, 36㎡가 4000만원 오른 5억9500만∼6억원 선까지 호가(부르는 값) 위주로 올랐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9㎡가 7000만원 오른 11억1500만원, 가락동 가락시영2차 33㎡는 1500만원 상승한 4억5000만원의 호가를 보이고 있고요.

하지만 4월말 재건축 상승세가 강남권 나아가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전월 대비 1.13%, 1.08% 올랐지만 호가 상승일 뿐 실제 거래는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강동구(-0.84%)와 영등포구(-0.81%), 서초구(-0.41%), 용산구(-0.25%) 등은 하락했습니다. 실제 강남구와 송파구 외 다른 지역은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형성되지는 않고 있지요. 경기도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과천시 재건축 추진 아파트도 4월초 시공사가 선정된 주공6단지만 호가 상승했을 뿐입니다. 수도권 재건축 시장의 이 같은 현상은 아직 반등의 기초가 다져지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수도권 재건축 시장은 2006년 부동산 상승 국면에서 너무 많이 올랐지만 2008년 10월 이후 올해 현재까지 하락국면에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파트값 하락세 장기 지속과 거래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도 나오지 않았고요.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 재료(박 시장의 재건축 단지 방문)에 의해 일시 반등 상황이 형성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비가 올 듯하다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이런 시장에서 섣부른 재건축 투자는 향후 더 좋은 기회 상실은 물론 대출 이자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떠안는 상황을 초래하지요.

재건축아파트 매입은 고액 투자인 만큼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규제완화 등을 잘 지켜본 뒤 투자의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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