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루이비통의 브랜드이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핵심 가치’캠페인. 롤링스톤스의 기타리스트인 키스 리처드와 함께 한 시리즈로 여행을 강조하고 축하하며 낭만적으로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리더스북 제공

미래 기업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 짐 스텐겔 지음, 박아람·박신현 옮김 / 리더스북

구글, 루이비통, 애플, 디스커버리, 자라, 스타벅스 등 글로벌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글로벌 마케팅사관학교라 일컬어지는 P&G 사의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였으며, 현재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 짐 스텐겔은 최근 급성장하며 경쟁우위를 점하는 글로벌기업의 근원에는 공동의 ‘브랜드이상(Brand Ideal)’이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드이상이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기업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이며, 기업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보다 고차원적인 혜택이다. 또한 직원에서 고객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접촉하는 모든 사람을 결집하고 통합하며 고무시키는 지속가능한 수단이자 성장의 든든한 지렛대다. 저자는 금융전문 연구기업인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MBO)와 함께 10년에 걸쳐 5만여 개 기업을 분석해 시장 평균을 뛰어넘은 기업 50, 즉 ‘스텐겔 50’을 추출했다. 이들 50개 기업의 성공 근원을 찾은 결과, 브랜드이상을 핵심 가치로 삼은 기업은 엄청난 이윤을 거뒀고, 경쟁 기업의 3~4배에 달하는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아울러 신용평가기관 S&P 500과 비교했을 때 투자수익은 400%나 더 높아졌다. 스텐겔 50에는 애플, 삼성, HP, 스타벅스처럼 잘 알려진 기업은 물론 자라, 레드불, 모엣샹동, 에미레이트항공, 록시땅, 에르메스와 같은 급부상하는 기업도 포함돼 있다. 또한 아직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자포스, 이노센트, 메소드와 같은 기업도 포진해 있다. 유럽과 미국 브랜드가 다수이지만 중국과 인도 같은 아시아의 기업도 눈에 띄며 한국 브랜드 중에는 삼성이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스텐겔 50 기업의 구체적인 브랜드이상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구글은 ‘모든 호기심을 즉각 충족시키기 위해’, IBM은 ‘보다 똑똑한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분명한 브랜드이상이 있다. 또한 스페인 중저가 의류기업인 자라는 ‘패션 트렌드를 민주화시키기 위해’, 스타벅스는 ‘자기 발견과 영감을 위한 관계들을 창조하기 위해’ 삼성은 ‘가능성이 무한한 세상에서 상상력을 고취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존재한다는 브랜드이상이 있다 .

브랜드이상이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시장을 바꿨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는 우리 기업들이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책에 따르면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판매 사이트인 자포스는 ‘와! 하는 탄성이 나오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행복을 창조하라’라는 브랜드이상으로 전례 없는 고객관계를 창출해 아마존이 1조3000억원이라는 액수로 인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또 두 청년이 창업한 친환경세제 브랜드인 메소드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혁명’이라는 브랜드이상으로 타사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친환경제품과 기발한 마케팅, 감각적인 케이스 디자인으로 미국 세제시장에 친환경 돌풍을 일으켰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기업들은 이미 높은 기술과 영리한 인재 그리고 글로벌 확장능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고 없으면 살 수 없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는 아직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상위 50대 글로벌 브랜드 목록에 올라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