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자손’ 이석씨는 본명이 이해석, 아명이 ‘영길’이다. 상궁들에게 ‘아기씨 마마’ ‘사동궁 도련님’으로 불렸다. 그는 창경초등학교 시절, 왕족은 절대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법도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대신 달리기를 했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

그의 신분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춘 것은 황실 문화가 급격히 사라진 시대적 운명과 궤를 같이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둘기집’ ‘두마음’ ‘외로운 조약돌’ 같은 히트곡을 부른 가수로 나서면서부터다. 특히 1969년 발표한 ‘비둘기집’은 결혼식 축가로만 8000회가 넘게 불렸고, 당시 새마을합창단의 지정곡으로 선정되는 등 국민가요로 자리매김했다. ‘비둘기집’은 그가 월남전에 파병된 ‘비둘기부대’에서 따온 제목이다.

그렇게 그는 가수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했으나, 국보1호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는 것을 목격하고 42년 만에 ‘아! 숭례문’이라는 노래를 발표해 다시 화제를 모았다. 노래를 부를 뜻은 없었으나, 많은 이들이 ‘이런 사건은 국민이 빨리 잊어버리니까, 황손이 직접 불러 국민을 규합해달라’고 요구해 불렀다고 한다. 그가 가수로 데뷔한 것은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였다. 노래를 하면 돈이 생기니까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미 8군과 워커힐 호텔 무대에 섰다.

그는 “당시 노래를 하면 월급제처럼 돈을 받았다”며 “생계에 도움이 되니까,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사회도 보고 노래도 불렀다”고 했다. ‘노래를 계속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60세가 넘으니까, 더 이상 날 필요로 하는 레스토랑이 없었다”며 “노래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웃었다. 그는 그 열정으로 지난 5년간 전북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가족음악회를 열어왔다. 그는 “앞으로 음악과 관련된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