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의 집무실은 남산과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나름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후 전임 회장들부터 십수년째 고정 상태였던 집기 위치를 모두 바꿨다. 업무에 임하는 각오도 새로 하고, 자칫 풍경에 사로잡혀 업무에 지장을 받을까 싶어 책상을 벽면을 바라보게끔 돌렸다고 한다.

정통 금융관료인 김 회장은 “35년간 공직생활을 했는데 일에 파묻혀 지냈다”고 술회했다. 통합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예금자보호법, 신용정보업법, 개인연금저축제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설치 등이 모두 ‘꾀복이’란 별명이 말해 주듯 아이디어뱅크인 그의 꼼꼼한 손을 거쳤다.

예보법의 경우 외환위기 불과 1년 반 전에 만들어졌는데 훗날 간담이 서늘했다고 한다. 이 법이 없었다면 쓰나미처럼 몰려 왔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FIU 역시 시기를 놓쳤을 경우 우리나라가 자금세탁방지란 국제적 흐름에 도태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결과적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데 큰 주춧돌을 놓은 공직생활로 기억하고 있다. 김 회장 자신도 이 같은 자부심이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공직 시절 ‘모시고 싶은 상사 1위’로 뽑힐 정도로 실력과 추진력과 더불어 위아래의 신망을 두루 받았다. 지난 2008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때 대회에 출전했다가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로 이젠 직접 뛰지는 않지만 축구광이기도 하다. 문무 겸비형 스타일인 셈이다. 정영의 전 재무부장관,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장관을 존경한다. 신보 재직 말미인 2008년 초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역점 추진돼 온 공기업개혁을 선행적으로 제시한 ‘공기업개조론’을 펴내 주목받았다. 지난 3월 초에는 ‘서울회현로타리클럽’에 가입해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도 되새기고 있다.

▲1951년 경남 김해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석사 ▲제15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금융정보분석원장·기획관리실장 ▲제16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세계미래포럼 부회장 ▲제32대 생명보험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