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카고에서도 경찰 총격에 의한 20대 흑인 여성 사망 사건이 발생, 미 흑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마틴이 히스패닉계 백인 자율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또다시 흑인 여성 레키아 보이드(22)가 경찰관의 총에 희생되자 흑백 인종 갈등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보이드는 지난 21일 론데일 더글러스 파크 인근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았고 다음 날 사망했다. 이후 시카고 흑인들은 보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연일 경찰관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시카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전했다.

보이드는 당시 론데일 더글러스 파크 인근에 예닐곱명의 사람이 모여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았다. 총을 쏜 경찰관은 경찰국에 “당시 차창을 열고 현장 확인을 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총을 들고 다가와 총을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찰관이 쏜 총은 현장에 있던 남성 안토니오 크로스(39)의 손과 그의 곁에 있던 보이드의 머리에 맞았고 보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사망했다. 손에 총상을 입은 크로스는 경범죄와 가중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현장에선 총기류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 측은 “크로스가 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 총격은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크로스는 “아무도 총을 소지하지 않았다. 내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휴대전화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