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 메리 엘런 오툴·앨리사 보먼 지음, 유지훈 옮김 / 21세기북스

흥미진진한 책이다.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로 2009년 현직에서 물러난 저자 메리 엘런 오툴은 자신이 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상대방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직관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흔히 첫 만남에서 외모나 말씨, 직업 등을 보고 상대방을 판단한다. 그러나 이야말로 위험하며, 사람에 대한 판단은 보다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들의 사소한 표정이나 말투도 허투루 들리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좀 피곤해진다는 말이다.

책을 통해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손꼽히는 금융 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당한 이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10∼20년간 엘리트 교육을 받은 상류층이었다. 메이도프는 ‘직감’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또 연쇄살인범 게리 리지웨이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 자신의 차에 아들을 대동했다. 그 차에 탄 매춘 여성들은 게리가 나쁜 짓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을 태운 채 범행을 준비하는 아버지가 있을 것이라고 누가 짐작하겠는가.

저자는 숱한 현장 경험을 통해 ‘주옥같은’ 조언을 늘어놓는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위험인물은 이미지 관리에 능숙하므로, 직감은 그들이 안전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귀띔해 줄 것이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가 않다. 범인은 외모가 평범하며, 너무 매력적이라 상대로 하여금 마음을 놓게 하는 사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보다는 잘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돌연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들은 ‘조만간 범행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경고성 행동을 흘리고 다닌다.”

어떤가. 솔깃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처럼 볼 필요는 없다. 사회생활도 잘 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순간적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가 되는 경우는 없다. 성질이 괴팍해지거나 범행을 계획할 가능성은 사전에 드러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이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대의 감정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 냉혈한이며 단지 이를 잘 감출 뿐이라고 강조한다. “사이코패스는 전형적으로 메마른 정서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때로는 정확하게 거짓말하는 법,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모방하는 법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즉,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진술할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두고는 할 말이 없으며, 남을 주의 깊게 살펴본 바를 근거로 이야기를 짜 맞추는 것이 전부라는 얘기다. 심지어 저자는 “법정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살인범을 본 적이 있다”며 “형량을 낮출 수 있겠다 싶어 그런 모습을 보였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본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을 대해야 할까.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 속수무책 당하는 수밖에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판단력을 키우는 법, 위기 대처 방법, 상대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한 인터뷰 기술 등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한 가지. “사람의 마음은 읽을 수 없으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성격은 읽을 수 있다. 상황별 대응 패턴을 예측하려면 상대방의 성격부터 파악해야 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