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타임라인 / 김종호 지음/열린책들

책 제목에 쓰인 ‘타임라인(Timeline)’이란 말이 무슨 뜻일까. 우리말로는 ‘연대표’ ‘시간표’라고 옮겨야 하지만, 그런 말로 여의치 않아서 외국어를 썼을 것임에 틀림없다.

책의 앞부분만 읽어도 쉽게 의문이 풀린다. 한국 문화의 현재 풍경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과거의 이야기를 프리즘으로 활용하고, 내일의 모습을 그려 본다는 뜻이다.

‘타임라인’ 밑에 붙은 ‘2005-2011’은 이 책의 글들이 쓰인 연도를 말한다. 7년간 문화일보에 게재한 칼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인인 저자는 신문사에서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을 역임했는데, 문화 분야에서 탁견을 담은 글을 써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84편의 글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그 내공의 진수를 구경하는 재미를 맛보게 한다. 저자의 칼럼 애독자들은 짧은 글을 모은 책이 ‘숲’의 풍경을 이루는 것에 즐거워하고, 그의 칼럼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제각각의 ‘나무’가 주는 다채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책의 편집자들이 놀란 대로 저자가 다루는 문화의 대상은 다양하다. 출판, 문학, 미술, 음악, 영화, 공연 등을 가로지르며 오늘의 풍경이 담고 있는 과거 문화의 유산을 폭넓게 헤아려 본다.

2011년에 쓴 글의 세목(細目), 즉 ‘시인 김광규’ ‘김민기’ ‘함춘호의 쓴소리’ ‘양희은 데뷔 40주년’ ‘김정호’ ‘박칼린의 독설’ ‘루시드 폴’ ‘명품 수박과 K팝’ 등만 봐도 저자의 시선이 어제와 오늘을 두루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며 내일의 문화를 통찰하는 시선 덕분에 그의 칼럼은 시의성이 주는 한계를 넘어서 생생한 현재성을 띤다.

몇 편의 긴 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글이 원고지 10장 내외로 이뤄져 있어 짧은 호흡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압축 파일을 풀면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되며 긴 여운을 준다.

그의 글은 단순한 뉴스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종교적 성찰을 이뤄 내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장을 보여준다.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명왕성 탐사 우주선 발사 소식을 전하며 우주의 섭리와 함께 신과 인간의 관계에까지 생각이 다다른 ‘명왕성과 예수’, 한국계 미식축구선수 하인즈 워드의 삶을 다루며 그의 미소가 동양 정신의 정수인 부처의 그것에 맥이 닿아 있다고 갈파한 ‘워드와 불상의 미소’ 등이 그렇다.

책의 중간쯤에 고 한창기(1936~1997)씨의 칼럼집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이 있다.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고인을 추모하며, 그가 20~30년 전에 쓴 칼럼이 오늘날에도 웅숭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을 헤아려 보고 있다. 그중 한 대목.

‘책을 읽으며 각별히 공감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대목에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는 독자라면 ‘뿌리깊은 나무의 생각’을 다 읽은 뒤에 책이 온통 밑줄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랄지도 모른다.’ 여기서 누군가 옆구리를 간질이는 것처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 밑줄을 그었던 까닭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