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가 헌정(憲政) 64년사의 일대 오점(汚點)으로 3개월 잔명(殘命)을 맞고 있다.

27일 본회의는 제19대 의원정수를 300인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의 일사천리(一瀉千里)를 거쳐 여야가 ‘특례’에 야합함으로써 ‘299인 마지노라인’을 기어이 무너뜨렸다. 끝까지 국민을 배신(背信)했다. 더욱이 4·11총선 D―44의 ‘특례’의결은 자의적 입법으로부터 주권(主權)을 지키기 위한 헌법 제53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시간적 여유조차 미리 봉쇄했다. 교활함의 극치다. 이명박 대통령도 28일 “의석 수를 늘려가면 큰 일 아니냐”며 밝힌 부정적인 입장은 폭력·무능·태만의 4년이 더 개악(改惡)으로 치달은 데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분노를 대변한다. 선거일을 늦춰서라도 의원정수를 환원시키라는 탄원까지 나올 정도로 ‘2·27 폭거’는 제18대의 죄책으로 의정사에 음각됐다.

‘지역구 밥그릇’을 위한 집단이기주의는 이번에도 역대 악선례(惡先例)를 답습했다. 최소한의 염치조차 거추장스러워했다. 현행 헌법 아래서 치러진 1988년 제13대 총선 이래 지역구 의석수는 늘리기만 해온 것이 누적된 폐습이다. 환란(換亂) 속에서 의원 정수를 273인으로 줄인 2000년 제16대의 지역구 227인을 전후해 제13대 224인→제14대 237인→제15대 253인, 제17대 243인→제18대 245인→제19대 246인의 증원 일변도 궤적이 민망하지만 이번엔 지역구를 늘리자고 정원 자체를 늘리기까지 했다. 위헌 논란도 예사롭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4일 위헌·합헌 두 시각을 소개하고 21일 선관위의 ‘300인 특례’ 제안에 대한 여야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담합을 거들어 입법형성권 차원에서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합의를 못하고 정쟁을 일삼은 듯한 외양을 보이면서 의원 수는 늘리는 결과”임을 개탄해왔다. 또 개정 선거구의 어지러운 게리맨더링에 비춰 300인 국회가 제19대에 국한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수준낮은 입법 만능주의류 의식에 미뤄 더더욱 미덥잖다.

‘밥그릇’ 이외엔 별무관심(別無關心)인 것도 그렇다. 민생 일선의 화급한 법안 등 현안 50여개는 사장(死藏) 위기에 놓여 있다. 편의점 감기약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은 법사위가 성원을 못채웠다는 핑계로 불발(不發)에 그쳤고, 의사당 난장화(亂場化)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은 여전히 하릴없는 논쟁 속이다. 위헌·포퓰리즘에 기운 ‘부실저축은행특별법’은 9일 정무위 의결 이후 법사위 ‘계류 중’이지만 그 또한 반(反)시장·반법치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27일 막무가내 통과처럼 언제 강행될지 모를 상황이다.

이젠 국민의 판단력·기억력이 시험대에 섰다. 4월 선택은 ‘최선(最善) 아니라 차악(次惡)’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의 독립·상설·의결기구화 선약(先約)은 물론, 그 밖에도 즐비한 반면교사(反面敎師) 의정 과제의 집적(集積)이 제18대의 역설적 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