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성 / 브리기테 비처 지음, 배인섭 옮김/더숲

고공 구조 전문가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실습시간에도 매우 ‘직관적인’ 규칙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고층 빌딩 옥상의 모서리에서는 ‘정지 규정’이라는 것이 있다. 내키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어떤 설명도 할 필요가 없고, 억지로 줄을 타고 하강할 의무도 없다. 이 같은 ‘정지 규정’은 고공 구조 전문가 사이에서 명예로운 규정으로 인정받는다. 한마디로 육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단지 허용되는 것을 넘어 의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직관을 포함한 역동적이고 자기조직적인 모든 활동들을 내면에서 통합하는 핵심적인 과정이 바로 ‘위험지성(risk intelligence)’이다. 다시 말해 위험지성적 행동은 위험에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위험과 위기를 개인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위험지성은 결코 타고난 능력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개발가능한 능력으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행능력이다. 이러한 수행능력을 통해 조직과 개인은 위험과 위기를 성장과 삶의 성취에 필요한 원동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위험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맞닥뜨리는 위험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의 탄탄한 학문적 이론과 실제적인 경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요소들로 가득차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에 위험지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대상들은 보험가치를 산정하고 위험을 평가하는 보험 회계사를 비롯, 투기금융 전문가, 인질극을 해결하는 협상 전문가, 뇌수술을 시행하는 신경외과 의사, 포커 세계챔피언 등 다종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험이라는 주제에 아주 쉽고 빠르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두가 자신만의 위험 대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러한 자산을 섬세하게 가다듬고, 확장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계속한다. 그 결과 일상적으로 위험을 대하는 근무환경에서 보다 굳건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위험지성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모두 활용해 위험을 극복하는 통합적인 과정이다. 여기엔 전문지식과 업무 수행능력을 비롯해 현실감각, 경험지식, 의식과 직관, 감정의 처리 등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험지성은 또한 자신의 개성과 결합된 삶을 뒷받침한다. 그 결과 우리는 자유롭고 성공적인 삶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저자는 “위험지성의 요소들이 항상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춰 세심하고 적절하게 필요한 지식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결국 위험지성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위험지성이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의 문제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