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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주거권이 새삼 주택정책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택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주거복지를 내세우면서 원활한 주택 공급과 시장 활성화를 추구하는 국토해양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답게 살 권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자고, 입는(食住衣)’ 문제의 하나인 주거권이 21세기 최첨단 자본의 시대를 달리는 서울시에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기도 합니다.

주거권의 등장은 서울시 주택정책에 급제동을 거는 사안입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돼온 재개발·재건축 등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나 주택 공급, 개발이익보다는 거주민(주택소유 거주자 및 세입자)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는 것이지요. 당장 기존 뉴타운 지정 지구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의 소형면적 의무비율 확대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거권의 전면 등장은 거의 모든 뉴타운 사업의 ‘경제성’(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에 제동이 걸린 것을 뜻합니다. 건설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뉴타운 지구 거주민의 60~70%가 전월세 세입자인데 서울시는 이들에게 철거시 이주비를 지원하고, 뉴타운 완공시 입주 기회를 주는 두 번의 세입자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한마디로 세입자 주거권 보장이지요.

뉴타운 시행 주체(시행사·지분투자자) 입장에서는 세입자 주거권을 보장할 경우 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상향과 건폐율(건축 면적의 대지 면적에 대한 비율)을 높여 사업성 확보에 나설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주거환경 악화의 근본 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서울시가 수익성 없는 뉴타운 사업지구 거주민에 대한 주거권 보장을 확고히 할 경우 도로 등 도시 기반시설 정비에 공공재원이 개입하게 되겠지요.

뉴타운 지분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주거권과 경제성’이라는 뉴타운의 양면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뉴타운은 서울시의 방침대로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개발될 경우 공공 지원이 불가피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주거권 보장에도 불구,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개발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어 금융비용은 더 들어가는 데다 상대적인 기회 상실 등 일정한 손해는 불가피하겠지요. 그렇다고 뉴타운 지분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는 만큼 급매도보다는 보유하면서 기회를 봐야 할 것입니다. 뉴타운 지분을 사고 싶은 실수요자들도 마찬가지죠. 정책이 요동치는 시기에 급매물이 싸다고 섣불리 매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정책 변화 시기의 부동산은 매도나 매입의 기술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