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시대의 종언(?)이 다가오는 것일까요. 지난 4년간 주택시장의 대세였던 보금자리주택이 반환점도 돌기 전에 경착륙 위기에 놓였습니다. 당첨 가능성에 지친 수요자들의 피로감에 이어 지구 지정을 둘러싼 거주민과 자치단체의 반발 등이 사그라지지 않자 정부여당이 보금자리주택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일부에서 보금자리주택이 만개(滿開)하기 전에 순장(殉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보금자리주택은 화려한 탄생과 명성에 비해 실체는 초라합니다. 수도권 곳곳에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많이 했지만 실제 추진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요. 인허가된 보금자리주택은 2011년 12월 말 기준 6만9200여 가구에 불과하며, 착공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22곳 가운데 서울 강남과 서초, 경기 고양 원흥지구 등 몇몇 지역에 불과합니다.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셈이죠. 보금자리주택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난 지 오래입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와 강일3·4지구,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일대는 주민들이 반발하자 해당 지자체가 국토해양부에 지구 지정 보류를 공식 건의했고, 하남 감북지구는 주민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지구 지정 취소 소송까지 제기했지요.

보금자리주택의 열기가 싸늘해지고, 폐기설까지 나오는 것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가졌던 ‘반값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강남구 세곡과 서초구 우면 시범지구가 시세의 50~70% 선에서 분양될 때만 해도 무주택자들의 ‘희망’이었지만 이제는 실망으로 바뀐 것이죠. 국토부는 여전히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강조하지만 적극·공세적인 정책 수행에서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시대가 저무는 것은 향후 주택시장이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돌아옴을 의미합니다. 또 보금자리주택 당첨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온 무주택자들 상당수가 잠재 수요자로 복귀하는 것이자 매매 거래 실종 등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의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는 수도권 입주주택 부족과 맞물려 집값 상승을 부르는 전조일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1만9000여 가구로 지난해(3만2000가구)보다 40%가량 감소, 집값 상승 조건이 성숙하고 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은 택지 공급이 한계에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이미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소진됐고,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사업지를 제외하면 아파트를 더 지을 만한 땅이 없지요. 여기에 뉴타운 재검토로 주택 공급은 더 위축됩니다. 보금자리주택의 종언과 함께 올 패러다임 시프트(전환의 시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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