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 MBC 제공

배우 김규리가 ‘영재의 전성시대’(2005)이후 6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총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MBC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드라마 ‘무신’을 통해서다.

강력한 무신 정권이 지배하던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노예출신에서 최고의 권좌까지 오르는 김준(김주혁)의 이야기를 그린 ‘무신’에서 김규리는 김준을 사랑하는 비운의 여주인공 ‘송이’ 역을 맡았다. 송이는 고려시대 최고권력자인 최충헌(주현)의 손녀이자 최우(정보석)의 딸로, 남성 못지 않은 기개와 의리를 지녔지만 사랑하는 김준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물이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CGV에서 열린 ‘무신’ 간담회에 참석한 김규리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송이는 사랑만 빼고 모든 것을 가진 여인이죠. 최고 권력자의 손녀이다보니 도도하고 기품이 넘치는 인물이에요. 이런 여인이 사랑을 얻을 수 없을때 어떤 마음일까를 상상해봤어요. 꼿꼿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날카로우면서도 향이 짙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요.”

“허락만 된다면 송이의 미래도 바꿔보고 싶다”는 그에게서 강한 에너지와 의욕이 느껴졌다.

“송이는 대본에 처음부터 ‘비운의 여인’으로 결정돼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걸 바꿔보고 싶어요. 영화는 시나리오의 틀을 벗어날 수 없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인물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하잖아요. 앞으로 송이의 사랑이 이뤄지는 방법을 고민해보려 해요.”

극중에서 김규리가 마음을 다 쏟는 인물은 김준 역의 김주혁이다. 김준은 이미 다른 여인 월아를 품고 있어 마음 한자락 주지 않는, 김규리에게는 ‘야속한’ 남자다. 두 사람은 10년 전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그 후로는 별 교류가 없었다.

“김주혁씨는 무척 예민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무척 부드러운 사람이더라”면서 “(김주혁이) 거칠고 긴장감 넘치는 촬영장에서도 늘 웃는 ‘순둥이’같은 모습을 보이니까 내 성격도 덩달아 바뀌는 것 같다”며 김주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김주혁(김준)같은 인물을 사랑하지만 사랑받을 수 없는 처지라면 어떨 것 같느냐고 물었더니 “김준은 배포·기개·의리·무예·지략 등 남자가 갖춰야 할 모든걸 지닌 인물인데 어떤 여자가 마다하겠느냐”며 “하지만 사랑받을 수 없다면 그건 좀…”하고 말끝을 흐렸다.

‘무신’이 전쟁과 역경 속에서도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진한 인생 이야기다 보니 촬영현장도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지사. 여배우만 느낄 수 있는 고충도 있을 듯 했다.

“촬영장에 한번 와보세요. 누가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가요. 모두 다 열정적이기도 한데다 남녀의 차별이란건 찾아볼 수도 없어요. 오히려 극중 아버지로 나오는 정성모 선배님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절 위해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춰주세요. 그래서 촬영장 가는게 이젠 기다려져요.”

김규리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댄스스포츠 스타 김강산과 함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아직 가릴 군번(?)이 아니다”라며 수줍은듯 웃었지만 그에게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사람마다 목표는 다르죠. 돈을 좇는 사람도 있고 명성을 추구할 수도 있어요. 저는 연기를 하면서 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제게는 모든 작품이 대나무의 마디같아요. 그 시기를 버티고 또 다음 작품을 만나면 또 하나의 마디가 생기는 거죠. 대나무가 그렇게 쭉쭉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차곡차곡 나아가고 싶어요.”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