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자가 된 아이(김남중 글,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푸른숲주니어)= 1271년 삼별초와 여몽(고려·몽골) 연합군의 전투가 벌어졌던 진도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 세 아이의 이야기를 다뤘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은, 이른바 팩션 동화. 사료에 근거하면서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몽골군에 아버지를 잃은 송진이, 삼별초 장군 배중손의 딸 선유, 몽골군 사령관인 삼촌을 따라 고려 원정에 나선 테무게. 각기 다른 처지의 세 아이가 자신의 관점에서 삼별초 항쟁을 바라보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적이자 친구’의 관계를 맺는 과정이 흥미롭다. 선악의 경계를 넘어서 전쟁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소설이다. 해남에 살던 송진이는 여몽연합군에게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지만 오히려 정체가 탄로나 위기에 몰린다. 테무게의 설득으로 첩자 노릇을 하기로 결심한 송진이는 바다를 헤엄쳐 진도에 도착해 삼별초 진영을 염탐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삼별초의 모습을 만나며, 또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싹싹하게 대해주는 선유를 만나면서 갈등에 휩싸인다.

바닷물고기, 이름도 모습도 신기하네

★세밀화로 그린 우리 바닷물고기 2, 3, 4. 5권(조광현 그림, 명정구 글/보리)= 우리나라 바다에 사는 물고기 150종을 세밀화로 그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도감 시리즈가 완간됐다. ‘살랑살랑 서해 바다 물고기’가 지난해 1월 출간된 데 이어 ‘둥실둥실 동해 바다 물고기’ ‘남실남실 남해 바다 물고기’ ‘잘방잘방 제주 바다 물고기’ ‘팔딱팔딱 바닷물고기 이야기’가 이번에 모두 나왔다. 책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 문화의 자산을 소개하는 데 힘써 온 보리출판사의 공력이 바닷속 물고기에게까지 미쳤다는 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 조광현씨는 직접 산소통을 짊어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한국해양연구원의 명정구 박사는 저마다 다른 물고기 생김새와 사는 모습을 쉬운 입말로 풀어 설명했다.

개복치·까나리·날치 등 동해의 물고기 34종, 가다랑어·볼락·아귀 등 남해의 40종, 갈치·옥돔·쏠배감펭 등 제주 바다의 41종을 만날 수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팔딱팔딱 바닷물고기 이야기’에서는 바닷물고기의 진화와 생김새, 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유쾌·열정·오싹’ 안데르센 작품 43편

★안데르센 메르헨(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서정 옮김/문학과지성사)= 독일어 메르헨(Marchen)은 우리말로 옛이야기, 민담, 전래 동화 등으로 번역되지만 원래의 뜻을 전하기에는 약간씩 거리가 있다고 한다. 출판사가 책 제목에 메르헨을 그대로 사용한 이유다.

덴마크 출신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드물다. 어린이용으로 요약하거나 각색한 작품을 몇 개 접해 본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양장 대판의 이 책은 ‘못생긴 아기 오리’ ‘인어공주’ ‘성냥팔이 공주’ 등 널리 알려진 것들뿐만 아니라 ‘옷깃’ ‘약혼자들’ ‘말똥구리’ 등 제목이 낯선 작품을 포함해 43편을 담고 있다. 국내 대표적 아동문학가인 김서정씨가 번역했다는 것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안데르센은 천의 얼굴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자기 연민과 혐오, 세속적 욕망과 종교적 열정, 유쾌한 풍자와 오싹한 고발, 넓은 세상으로의 무람없는 여행, 이런 것들이 뒤섞여서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결국 그 모든 이야기들은 안데르센 자신을 아프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