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뉴타운 사업 투자자와 토지소유주들이 끝내 진퇴양난에 처했습니다. 서울시가 610개에 해당하는 노후 불량 주택지구(뉴타운, 재개발 사업지구)에 대해 이른바 보전형 도시재생사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지요. 지난 1월30일 내놓은 서울시의 ‘뉴타운·정비사업 신 정책구상’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한 배려의 의지가 담겼지만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혼란을 주고 기존 토지소유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숨을 쉬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정책의 핵심은 영세 가옥주나 상인,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전면철거 방식의 개발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전환은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늦어지는 도심 재생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은 차치하더라도 거주권과 소유권 주장이 강하면서 갈등 증폭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지요. 재개발을 회피하는 영세가옥주 및 세입자 대(對) 미거주 토지소유주 및 투자자의 충돌이지요. 고효율 도시재생을 희망하는 업계나 일반 수요자들이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결국 갈등과 논란 배가를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재원 마련입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박원순식 공동체와 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주택 정책이 전환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서울시는 관련 법규 개정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중앙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활한 주택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의 예산을 타내기는 녹록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공공 개입 색채가 강한 박원순식 도시재생사업 성공 여부는 돈이 좌우하게 된 셈입니다.

서울시의 주택정책 전환에 따라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지구로 묶였다가 풀리게 될 지역 토지나 주택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매매 거래도 쉽지 않고요. 조합 설립 단계에 투자한 이들이라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 손실도 일부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투매는 금물입니다. 뒤늦게 뉴타운에 투자했더라도 당장 매도보다는 서울시의 정책 구체화를 보면서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이번 서울시의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게 단기적인 주택공급 차질을 가져오고, 전세난 등 시장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고효율 도시개발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지요. 뉴타운을 새롭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나 중앙정부의 불가피한 지원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당장 뉴타운 가격이 하락한다고 매도에 나서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장 시장이 불안하다고 손절매를 한 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투자의 하나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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