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까만 돌(김혜연 글, 허구 그림/비룡소)= ‘나는 뻐꾸기다’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동화 작가의 신작.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상처를 극복해가는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부모 가정, 왕따, 학교 폭력 등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팬터지 기법으로 읽는 재미를 준다. 가슴이 아릿한 대목이 많은데, 다 읽고나면 따스한 여운 덕분에 미소를 짓게 된다.

주인공 지호는 새와 벌레와 이야기를 나누는 특이한 아이다. 담임교사는 지호가 새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지만, 그것이 외로움 탓임을 알고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지호는 둔한 언행 탓에 학교에서 반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같은 반의 ‘세 악당’으로부터 늘 괴롭힘을 당하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 집에서는 도통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늘 외로운 심정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날 지호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상한 돌 하나를 발견한다. 평범해 보이는 까만 돌인데 지호의 발부리에 차이자 “아얏!” 하고 비명을 질렀다. 지호는 사람처럼 말을 할 줄 아는 까만 돌을 집에 가져오고, 그날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돌에게 하나하나 털어놓는다.

지호의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내가 교통사고를 내고 세상을 떠났다는 자책감 때문에 말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는 우연히 ‘까만 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 눈높이서 본 엄마 잔소리

★언젠가는 고마워할거야(마크 젤먼 글, 김복태 그림, 박웅희 옮김/가톨릭출판사)= ‘말 좀 곱게 할 수 없겠니?’‘불 좀 끄고 다니면 어디 덧나니?’‘과자는 밥 먹은 다음에!’

부모가 자녀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류의 ‘잔소리’ 31가지를 골라 그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이다.

아이가 잔소리를 하는 부모의 속마음을 알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목적이다. 삶을 더 오래 산 부모의 지혜를 아이가 존중하면 스스로의 삶을 더 값지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어린이 책이 부모가 아이의 심리를 헤아려줘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드문 것이어서 돋보인다.

故박완서 유작 동화… 해학 돋보여

★굴비 한번 쳐다보고(박완서 글, 이종균 그림/가교출판)= 타계한 지 1년이 된 고 박완서 작가의 유작 동화. 반찬값도 아까워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술 뜰 때마다 쳐다봤다는 자린고비 이야기의 새로운 버전이다. ‘고린재비’라고 불리는 구두쇠의 세 아들이 반찬 없이 밥만 먹고 성장한 후에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아들은 각기 농사, 노래, 그림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이지만 반찬 맛을 보지 못하고 성장한 탓에… .

박완서 작가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체와 웅숭깊은 해학이 녹아 있다.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억지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보통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일깨우고 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