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눈으로 바라본 초강대국 로마의 몰락

로마멸망사 /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로마제국의 종말은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많은 분석가들이 미국이라는 현대 사회의 ‘유일 제국’의 몰락을 점치고 있다. 건국 이래 미국인들은 늘 미국과 로마를 동일시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미국 쇠망론’ ‘미국이 파산하는 날’ ‘달러 제국의 멸망’ ‘미국의 굴욕’ 등 미국의 앞날을 우려하는 책들이 앞다투어 출간된 것만 봐도 초강대국 미국의 앞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로마의 멸망에는 스스로 몸을 불리는 관료제 사회, 정치 지도자의 이기주의와 타락, 외부세력과의 갈등, 문화의 포용력 상실 등 다양한 원인이 개입돼 있다.

초강대국이었던 로마는 왜 멸망했을까? 로마 멸망은 로마인의 자의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그 결과는 단순히 다음 시대로의 이행이 아닌 급격한 변화와 거대한 파장을 몰고 왔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전사(戰史)학자인 저자는 로마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짚어간다. 로마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고 보는 만큼 이 책은 특정 사건이나 어느 한 측면에 치중해 서술하기보다 멸망의 원인이 된 갖가지 요소들에 균형있게 거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채택해 문학적 포용력을 잃어버린 점에 무게를 싣고, 18세기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이 도덕적 타락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저자는 제국에 닥친 위기와 그에 따른 실제적인 영향을 특정 견해나 종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재조명한다.

전사학자인 저자는 황위 찬탈 시도나 내전, 훈족·고트족 등 이민족과의 전쟁과 관련해 세세한 정보를 전하고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동로마제국이 서로마제국보다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저자는 동로마에서는 지리적 특성상 이민족의 정주에 따른 영토 상실, 이로 인한 세수 감소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이민족 부족장 다수보다는 강대국 페르시아 하나를 다루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저자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에 대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진 과정으로, 하나의 사건이나 패전 또는 결정에 의해 유발되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로마의 멸망이 어느 한순간의 일이 아닌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된 결과라고 결론내린다.

3세기 후반 혼돈으로 빠져든 과정과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콘스탄티누스가 어떻게 제국을 건설했는지, 4세기에 왜 동서로 분리됐는지, 5세기에 서로마제국이 어떻게 붕괴에 이르게 됐는지를 훑어보고, 옛 광영을 되찾고자 했던 6세기 동로마제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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