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먹으면 부자된다 / 윤덕노 지음 / 청보리

“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었냐?”며 나이를 떡국 수로 에둘러 묻기도 한다.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먹었다고 여길 만큼, 설날이면 반드시 떡국을 먹었고, 그러한 배경에서 떡국 먹은 그릇 수로 나이를 따졌던 것이다.

정월 초하루엔 가래떡을 썰어 끓인 떡국으로 차례를 지낸 후 가족들이 모여 떡국을 먹으며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며 새해를 맞았다. 양의 기운이 돋아나 만물이 소생하는 새해, 정결한 흰떡과 밋밋한 떡국을 맛보며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빌며 평안과 풍요를 기원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떡국용 가래떡은 힘든 노동과 정성을 요하는 특별한 음식이다. 멥쌀가루를 쪄서 큰 목판에 놓고 떡메로 무수히 내리쳐서 길게 늘여 만들려면 수고로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 길게 늘인 가래떡에는 장수와 더불어 재복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굵고 두꺼우면서 길이는 국수처럼 긴 가래떡은 떡국용으론 동전처럼 얇고 가늘게 썰었다.

정월 초하루에 한·중·일 3국은 공통적으로 곡식을 가루로 빻아 만든 음식을 먹었다. 설음식은 지역별 농사의 특성에 맞춰 조금씩 달랐다. 멥쌀 위주로 벼농사 국가인 한국은 떡국을 끓여 먹었고, 반면 밀을 주로 재배한 중국 북부에선 밀가루로 만두를 빚어서, 찹쌀을 많이 재배한 일본서는 찹쌀떡을 만들어 먹었다.

만두도 정월 초하루 특식이었다. 중국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면서 만들어진 만두는 12세기 말 고려 중기 이전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원나라 돈을 본떠 만든 만두를 먹으면서 사람들은 올 한 해 부자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요즘은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전통음료인 수정과, 식혜는 예전에는 궁중에서도 연초에나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음료였다. 임금의 겨울철 궁중음료 중 백미가 수정과였다. 당시 인삼만큼 고급 약재였던 생강, 계피로 만든 음료인 수정과는 왕의 음료, 군자의 음료로 여겨졌다.

이 책은 설날에는 왜 떡국과 만두를 먹는지, 명절 음식의 기원과 유래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명절과 음식의 유래’란 부제 아래 전통음식을 비롯해 우리가 무심코 먹고 있는 음식에서 기상천외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짚어낸다.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등을 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선 정월 초하루부터 섣달 그믐까지 절기음식에 관련된 국내외의 각종 고사, 일화와 더불어 음식이야기를 정리한다. 설 떡국과 대보름 부럼을 시작으로 삼짇날 진달래전, 한식의 찬밥, 삼복의 보신탕, 추석의 송편, 시월상달의 고사떡, 동지팥죽, 겨울의 메밀묵 등 우리 음식의 기원에서 오늘과도 이어지는 선조의 일상과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