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창완 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센터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병원 수술실에서 한 뇌경색 환자에 대해 미세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보면서 뇌혈관 우회 수술을 하고 있다. 성남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본관 9층. 오창완(53)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뇌졸중센터장)가 인터뷰 약속 시간 40여분이 지나 나타났다. 3층 수술실에 응급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교수 연구실로 들어온 오 교수는 “언제 응급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분초를 다퉈야 하는 뇌졸중(腦卒中) 치료 중 뇌경색이 응급 처치가 가장 필요한 질환이다. ‘급성기 허혈성(虛血性) 뇌졸중’으로 불리는 뇌경색은 뇌혈관을 막는 혈전(血栓·피떡)을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에 따라 생명이 좌우된다. 오 교수는 “그래서 최대한 빨리 큰 병원에 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 치료 시스템은 지난 10여년 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뇌졸중 사망률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오 교수는 “뇌졸중 위험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자리를 잡고, 병원 자체의 24시간 대비 체계가 구축되는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뇌졸중은 노력하면 80~90% 예방이 가능하고, 발병한 다음에도 빨리 치료하면 60~70%의 환자들이 발병 전과 같거나 유사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수학한 오 교수는 미세 뇌혈관 수술인 ‘뇌혈관 우회 수술’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직경 1㎜도 안 되는 두피 혈관을 떼어내 뇌 안쪽의 막힌 혈관에 이어붙여 ‘물길’을 내 피가 통하게 하는 수술을 말한다. 그만큼 난도가 매우 높아 숙련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오 교수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닭 날개 혈관을 이용한 실습을 한다. 닭 날개에서 껍질을 벗기고 살을 헤집어 보면 직경 1㎜ 내외의 실낱같은 혈관이 나온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 굵기의 혈관에 바느질을 하는 전공의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멈추지 않는다. 오 교수는 “닭 날개 50개는 실습해봐야 사람 몸에 손을 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1년 동안 150마리 이상의 생쥐 혈관을 매일같이 이어 붙였다. 그는 특히 희귀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뇌혈관 우회술(문합술)로 치료해 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뤄진 400여건의 뇌혈관 문합술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또한 허혈성 뇌졸중 치료를 위한 신경외과 전문의 대상 교육 과정을 국내 처음으로 시작해 의사들을 교육시켰고, 최근에는 이 과정을 아시아 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뇌졸중은 어떤 질병인가.

“풍 또는 중풍이라고도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뇌혈관 질환이 정확한 표현이다. 뇌혈관 질환은 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막히는(뇌경색) 증상 등을 말한다. 과거에는 고혈압성 뇌출혈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고혈압이 조절되면서 뇌출혈은 줄고 뇌경색은 더 많아지고 있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뇌에 피가 전달되지 않아 뇌 일부가 괴사되는 것을 말한다. 뇌경색은 뇌 조직이 망가지는 것과 망가지지 않으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있다. 뇌혈관 질환 종류에는 또 뇌동맥이 터지는 뇌동맥류, 선천적인 동·정맥 기형 등으로 인해 출혈이 일어나는 뇌혈관 기형이 있다.”

―한국인에게 뇌졸중이 많이 발병하는 특별한 이유는.

“뇌졸중은 2010년 진료 인원이 74만명으로 심혈관 질환(104만명)에 이어 2위다. 뇌졸중 사망률은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장기 질환으로는 사망률이 1위다. 우리나라 뇌졸중은 고혈압성 뇌출혈에서 뇌경색으로 바뀌고 있다. 그 이유는 고혈압 진단 및 치료가 잘 이뤄지고,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몇 시간 내 병원에 와야 후유증을 막을 수 있나.

“급성기 뇌졸중 치료는 경동맥(목동맥)과 경정맥의 혈전을 제거하는 용해술이 중요하다. 급성기 뇌경색 치료의 핵심인 경정맥 혈전 용해술은 증상 발생 후 3시간30분에서 4시간30분 내에 치료해야 한다. 그 시간을 넘으면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경동맥 혈전 용해술은 증상 발생 후 6시간 내에 해야 한다. 응급 뇌졸중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것을 기준으로는 3시간 내에 혈전 용해술이 시행돼야 한다.”

―스텐트 삽입술, 혈관우회술 등은 각각 어떤 경우에 실시하는가.

“먼저 혈전 용해술 같은 내과적 치료를 한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다. 정맥 주사인 경정맥 혈전 용해술로 상당수 환자는 혈전이 제거된다. 이중 일부는 혈전이 제거 안 돼 경동맥 혈전 용해술로 혈관을 뚫기도 한다. 이런 내과적 치료로도 혈관이 뚫리지 않을 경우 중재 치료인 스텐트(그물망) 삽입 시술을 시행한다. 빈도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 사타구니 옆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막힌 혈관까지 올려 보낸 후 특수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힌 뒤 스텐트를 삽입하는데, 금속 그물망으로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스텐트 시술 같은 중재술이 기존 뇌혈관 수술을 많이 대체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가 스텐트 시술로도 힘들 경우 막힌 혈관을 대신할 우회 혈관을 이어주는 뇌혈관 우회술이 사용된다.”

―앞으로 뇌혈관 질환 수술 및 치료법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연구가 이뤄져야 하나.

“똑같은 질환이라도 서구와 한국인의 질환 형태는 좀 다르다. 뇌경색도 서구에서는 목혈관에 문제가 생겨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는 뇌 안쪽 혈관이 많이 막힌다. 이처럼 질병은 유전적 특성과 생활패턴의 차이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경험에 의한 판단이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통계자료 등 근거에 기반해 가장 정확한 치료 원칙을 담는 ‘표준진료지침’이 중요한 화두이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졸중의 특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람에서 근거를 찾아 치료하는 쪽으로 좀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성남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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