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금수조치 발동시점에 대한 이견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

AP통신은 12일 미국은 하루 빨리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관련국들을 압박하고 있으나 EU는 이란과의 기존계약물량을 소진하고 대체수입처를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회원국들의 입장을 고려, 엠바고 시점을 올 여름으로 유예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U는 오는 23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유예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내부문제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란과 유럽의 원유정제회사들이 현재 맺은 계약을 점검해야 하며 회원국들이 원유 대체 수입처를 찾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엠바고가 6개월 정도 유예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유럽의 이란 제재 연기 소식에 나이지리아 석유노조의 생산 시설 철수 지침 등으로 상승했던 유가가 이날 장 마감 직전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1.77달러 내린 배럴당 9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1.16달러 떨어진 배럴당 111.08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EU가 이란산 원유 금수 유예 쪽으로 돌아선 것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 나라의 경제가 가뜩이나 위기 상황인데 이란산 원유금수조치까지 급격하게 내려질 경우 경제충격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이란 핵저지를 위한 대이란 압박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12일 이란에 정유관련 제품을 제공해온 중국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기업 3곳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추가제재 기업은 중국의 주하이전롱, 싱가포르의 쿠오 오일, UAE의 팔(FAL)오일 컴퍼니 등 3곳으로 이란에 정유제품을 제공해왔다. 이와 관련, 미국 고위 관리는 이날 미국의 이란 제재가 이란 중앙은행의 폐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