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에 제재 동참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요청을 받은 일본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석유업계와 조율 중이고, 유럽의 정유사들도 이란과 새로운 계약을 중단하는 등 ‘거리두기’를 시작함에 따라 한국 정부로서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3일 “중동지역 긴장수위가 계속 높아감에 따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각 상황별로 3단계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이 막힐 경우 국내 산업과 물가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정부는 우선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별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해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동참키로 한 마당에 우리만 100% 예외를 인정받긴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단계로 대체 원유 수입처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으로 바꾸는 한편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유업체엔 원유 도입단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지역 원유보다 배럴당 2∼4달러가량 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제한되면 비축유와 현물시장 거래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운송과 계약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질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해협봉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1억80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는 한편 우선 구매권을 가진 4300만배럴의 국제 공동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