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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논설위원

“요즘 작가들은 코가 젬병이다.” 시인 권오운 교수가 저서 ‘우리말 소반다듬이’에서 작가들의 냄새에 대한 표현이 엉터리임을 지적하면서 내쉰 한탄이다. 책 머리말에 따르면, 그가 잘못 쓰이는 우리말을 꼬집어서 바로잡고, 일그러진 우리말을 들추어내어 지르잡고, 우리 말글이 결딴나다시피 한 우리 소설들을 일일이 바르집어 소반다듬이와 밟다듬이를 해온 지도 30년이 넘었다. 대단한 열정이다.

그는 젖은 속옷에서 나는 자릿내나 비 맞은 개에게서 나는 비린내를 몰라 그저 쿰쿰한 냄새로 눙친 것도 집어내는 족집게다. 자릿내란, 빨지 않고 오래 둔 더러운 빨랫감에서 나는 쉰내 아닌가. 이와 반대로 빨래해서 갓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는 새물내다. 비린내는 물고기나 날콩, 동물의 피에서 나는 냄새를 일컫는다. 그 원형인 ‘비리다’에는 두 가지 뜻이 더 있다. 첫째 너무 적어 마음에 차지 않다, 둘째 하는 일이 아니꼽다가 그것이다. 비리다는 말은 냄새로도 그렇지만 맛으로도 너무 불쾌하다.

저명한 작가 가운데서, 노인들의 방에서 고린내 아닌 ‘군내가 난다’고 했다가 딱 걸린 이들도 있다. 군내란 제 본맛이 아닌 다른 냄새다. 그와 달리 고린내는 곯아 썩은 풀이나 달걀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발가락 사이의 때 냄새 같은 것이다. 흔히, 마음 쓰는 것이나 하는 짓이 다랍고 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고린내보다 역한 냄새는 구린내다. 변이나 방귀 냄새가 그 원뜻이지만, 털이 타는 냄새나 노래기의 냄새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말이 행동이나 하는 짓이 더럽고 추잡한 경우를 가리키게 되면 속이 메스꺼워진다.

비리거나 구린 것보다 더 불쾌한 냄새도 있다. 동취(銅臭)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구리 냄새 즉 ‘구릿내’다. 동취를 국어사전에서는 동전에서 나는 냄새라는 뜻으로, 돈으로 벼슬을 얻거나 돈을 탐내서 꼭꼭 모아 둠을 낮잡는 뜻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언젠가 ‘(천장까지 가득 쌓인) 돈 냄새 때문에 어지러워 잠을 못잤다’고 한 전직 국회의원 부인의 인터뷰 한 대목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관련한 구릿내가 물씬물씬 풍긴다. 검은돈은 아무리 세탁해도 새물내가 안 나는 법. 구릿내 때문이다. 지금 그 구릿내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 어디 한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