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제국들 / 짐 마셀로스 엮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세계사에서 ‘제국’이라면 로마제국, 대영제국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큰 단일영토를 지배한 제국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의 몽골제국이었다.

몽골 평원의 여러 부족장 중 하나인 테무친(1162∼1227)은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해 동쪽의 한반도부터 서쪽으론 유럽 카르파티아 산맥에 이르는 대규모 영토를 정복, 지배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강대한 제국을 이룬 그는 1206년 ‘맹렬한 또는 확고한’ 지배란 의미인 ‘칭기즈 칸’이 됐다.

몽골제국의 위대함은 영토의 크기만은 아니다. 칭기즈 칸의 마지막 후손이 1920년 볼셰비키에 의해 우즈베키스탄 히바에서 폐위되는 등, 몽골제국으로부터 파생된 국가들이 여러 세기에 걸쳐 변천하며 오랜 세월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부족과 문화를 두루 지배한 몽골제국은 칸의 명령을 어기면 누구라도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등 규율이 엄격했으나 종교에 대해 관용을 베풀었다. 누구나 원하는 대로 신앙생활을 했고, 종교 지도자들은 존경받고 세금 면제의 혜택도 누렸다. 유일한 조건은 ‘하늘이 보낸 보호자’ 몽골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대륙만큼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면서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발휘해 지역별로 지배 방식을 달리했다. 베니스 출신의 마르코 폴로는 한족을 불신해 비한족을 중용하던 몽골제국의 하급관리로서 정부 일로 출장을 다녔고 ‘동방견문록’을 남겼다.

이 책은 지난 1000년간 세계사를 주도한 아시아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집중 분석한다. 중앙아시아의 몽골제국을 시작으로, 중국 명, 동남아의 크메르, 소아시아의 오스만, 페르시아의 사파비, 인도의 무굴, 일본의 메이지유신 등 7개 제국의 역사이야기를 시대별 전문가 7명이 펼쳐낸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제국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힘을 얻고 또 잃게 됐는지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몽골제국의 경우, 칭기즈 칸의 초상화, 즉위식과 장례식 그림과 더불어 지배자의 통치력, 군사술, 관료 조직, 문화 등을 흥미롭게 정리한다.

명제국 때 축조된 오늘의 만리장성,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의 묘로 지은 타지마할 및 앙코르와트 사원, 페르시아의 모스크 등 제국의 절정기에 창조된 세계적인 예술품과 건축물도 시각자료와 함께 소개된다.

한국사와도 밀접한 중국 명, 일본 메이지유신도 당대 지도를 비롯해 금석문, 도자기, 판화, 신문 만평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더불어 역동적으로 다뤄진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