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 정덕구 지음 / 중앙북스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이라니, 책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는데, 거대 중국의 본심을 어떻게 읽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속마음을 해설하는 저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자원부 장관, 중국 베이징(北京)대 초빙교수를 지낸 중국 전문가로 그간 중국을 100회 이상 다녀오며 각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토론 등을 통해 중국인의 속마음에 접근해 간다. 4년간 작업한 끝에 내놓은 70개의 다양한 주제는 특히 풍부한 예화를 바탕으로 해 독자들이 중국의 속마음에 자연스레 다가가게 한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겁을 먹는 것도 아니다”는 얘기다. 중국은 그러나 한국 뒤에 보이는 미국 때문에 강한 경계심을 갖는다. 한국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진 캠프쯤으로 여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저자는 “한국의 국민성이 지고는 못 사는 승부 근성이라면 중국의 국민성은 시기와 질투”라고 말한다. 중국인들의 민족적 우월감이 하늘을 찔렀을 때 오히려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고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스포츠·경제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자 태도는 급변했다. 증오에 가까운 혐한 감정을 보이는 중국인들은 한국이 역사 왜곡의 주범이며 중국 문화의 아류라고 주장한다. 단오절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고,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단오제는 한국이 강탈한 것이라는 기사까지 터져 나왔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을 보는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한 부러움이 강한 질투심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으면서도 때론 괄시하는 복합적인 속내를 가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 한국의 이성적 친구, 감성적 타인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는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상생하는 길을 걸어왔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북한이 미치는 한반도 정세로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한·미 관계가 좋아질수록 북·중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중국엔 체면을 뜻하는 쯔(面子)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도 체면 문화가 존재하지만 중국의 쯔는 단순한 체면 정도가 아니다. 쯔는 한 사람이 평생 쌓아 올린 인생이 함축돼 있어,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면목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국인의 체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중국의 쯔와 한국의 체면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양국 간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분의 민감한 문제를 부드럽게 풀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장기적으로 절대 서로 적대시할 수 없는 사이다. 저자는 “중국은 다음 경제성장 단계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해 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킨 한국 모델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나라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파트너로서 동아시아에 속한 운명 공동체”라고 말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