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성일/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공원휴양학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 브랜드는 국토 녹화다. 세계적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아킴 스타이너는 한국의 조림녹화를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언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완전히 황폐화된 국토를 17년에 걸친 조림으로 완벽하게 녹화시킨,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한했던 유엔산림포럼(UNFF)의 매컬파인 사무총장이 지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8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도 한국의 녹화 성공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설립 준비를 위한 협정에 만장일치로 서명한 것이다. 한국과의 산림부문 협력 증진을 통해 기후변화, 사막화 등 아시아지역의 현안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면 아시아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지난 7월 말 서울과 경기 일원에 사흘 사이에 내린 최대 600㎜의 아열대성 강우, 최대 18조원의 피해를 입힌 태국의 사상 최악의 홍수 사태 그리고 100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지난해 파키스탄의 홍수 등이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다. 기후변화라는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전세계 약 8만명의 절반이 아시아인일 정도로 아시아는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기아, 토양유실, 기후난민 그리고 엄청난 황사는 사막화의 산물이다. 아프리카(32%)보다 사막화율이 높은 유일한 대륙이 아시아(37%)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세계 빈곤계층의 70%가 아시아인이다. 빈곤퇴치 등을 위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주창하고 나선 유엔의 최대 고민 지역이 아시아다.

유엔이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이 제시한 과학적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나 사막화의 주된 원인은 모두 산림 훼손이다. 약 1만년 전 전세계 육지의 50%를 차지하던 산림이 이제는 30%밖에 남지 않았다. 도시 개발과 농경지 전환으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방출됐다. 지금도 매년 화전(火田)과 남벌 등으로 훼손되는 산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지구 전체 발생량의 17%에 이른다. 산림탄소 발생이 가장 많은 나라는 브라질이지만 2, 4위는 인도네시아와 마얀마로 역시 아시아 국가다. 따라서 아시아의 현안 해결책은 산림 훼손을 막고 산림을 복원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소득원이 생겨 지역사회가 살아나고, 맑은 물이 생산돼 주민 건강이 회복되며, 이산화탄소 발생이 줄어 기후변화를 잡을 수 있다.

이들 아시아 국가가 대한민국의 국토 녹화 성공 신화를 전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10만㎢ 면적의 국토를 빈곤 속에서도 완벽하게 숲으로 복원한 국가, 지난 40년간 소득이 200배 증가한 경제 성공 국가, 또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가 최고 수준인 국가로부터 산림 복원을 위한 정책적 기술적 지원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협정의 서명을 받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3년간 20여 차례의 공식적인 다자회의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고, 개별 국가 설득을 위해 많은 전문가가 파견됐다. 외교통상부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AFoCO의 잠재적 회원국을 남·동남·동아시아 24개국으로 넓혀 본다면, 그 면적은 한국의 215배, 인구는 약 40억명에 이른다. 이번 협정 서명을 공식 선언한 아세안 사무국의 수린 사무총장은 “AFoCO는 장차 한국의 저탄소 녹색(綠色)성장이라는 비전을 전파하는 최고의 주도권”이라고 극찬했다. 우리에게 치산녹화가 근대화의 근간이었다면 아시아인들에게는 한국의 산림복구 지원이 미래 녹색성장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녹색 영토는 쭉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