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겨울 비수기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잘나가던 지방 아파트 분양은 물론이고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시장도 최근 들어 청약률이 뚝 떨어지고 있지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골 깊은 국내 건설 불황이 원인이지만 반짝 활황이 끝나고 다시 바닥권으로 가는 징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시기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침체기에 실제 매입할 경우 가격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대부분의 무주택자들은 집값 하락기에는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내집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집값이 하락세이지만 그렇다고 많이 떨어지지도 않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공급과 수요, 입주 물량을 잘 분석해 보면 해답이 나옵니다.

2012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년 만에 가장 적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입주 주택은 16만7558가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입주 물량이 적었던 올해 20만8038가구보다 4만가구 이상 적지요. 2003년 입주 주택량 조사 이후 최저치입니다. 더구나 부동산 만병의 진원지인 서울 내년 입주물량은 2만838가구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입주 물량이 적었던 올해 3만9388가구보다 1만8550가구나 줄게 되지요. 다만 경기 인천 입주 물량이 그나마 많아 숨통은 트일 전망입니다. 경기 지역은 올해보다 6123가구 증가한 4만1709가구, 인천은 올해보다 6992가구가 늘어난 2만7245가구가 집들이를 하게 됩니다. 서울 집값은 경기, 인천과 별개로 입주량이 절대 부족할 경우 뛸 수밖에 없고, 전셋값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특히 서울의 내년 멸실주택은 1만가구(올해 1만2000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공급부족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입주 주택도 크게 줄어드는 마당에 주택 멸실까지 겹치면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과 집값 오름세는 불가피하게 나타난다는 뜻이지요.

무주택자들은 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하락이라는 단순 지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하락하면서 서울 전체 집값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부 통계로 인용되는 국민은행 주간주택동향(11월28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값은 11개월 동안 겨우 0.5%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감안했을 때 서울에 내집마련 계획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는 집값 바닥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가 좋은 시기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내집마련은 ‘자금보다는 시기’를 선택할 것을 조언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