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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 마르틴 부르크하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뿌리를 찾아 거기에 깃들어 있는 ‘철학’을 고찰한 책이다.

우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에게 그토록 당연해졌는지를 살펴본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하게 생각하는 개념들이 탄생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컨대 ‘돈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돈이 뭐죠?”와 같은 질문들이다. 동전은 사고방식의 혁명을 가져왔다. 동전이 유통되면서 사람들은 동전의 재질이나 금속의 함량과는 상관없이 단지 동전에 찍힌 액면가를 따르게 됐다. 이런 변화는 돈을 세는 단위가 없던 때를 ‘신화의 시대’라고 하고 그 이후를 ‘역사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큰 기점이 된다.

동전은 원래 그리스 시대에 제사장에게 바치는 고기산적에서 유래했다. 제사를 지내면 사람들은 제사장에게 소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시간이 가면서 제사장에게는 필요 이상의 고기가 쌓이게 됐고, 그는 넘치는 양을 고기산적으로 대신 받기 시작했다. 이 고기산적을 ‘오볼로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오래된 동전 화폐의 단위 ‘오볼로스’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지금 우리를 지탱해 주는 개념과 물건들 그리고 인간의 현실을 바꾼 사상 등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