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가슴 크다. 남자랑 잤지?”(교장이 여학생에게), “누드 찍자”(군수가 여직원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학생, 여교사, 여직원 등에게 음담패설을 하거나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 및 공직자들의 성희롱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입수한 ‘2011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에 따르면 성희롱 가해자 다수가 군수, 학교장, 사회복지시설원장, 교수, 합창단 지휘자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집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한 초등학교장은 11명의 여직원을 대상으로 엉덩이, 가슴 등 신체 일부를 지적하거나 성희롱을 하다 전보 조치됐다. 이 교장은 행정실장에게 “술집에서도 아가씨들이 내 무릎에 서로 앉으려 한다”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려 하거나, 입이 부르튼 여교사에게 “남편을 싸구려 아가씨가 있는 술집에 보내니까 이상한 병이 옮겨진 게 아니냐”며 성적 함의가 담긴 농담을 습관적으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중학교 교장은 여학생들에게 “너 가슴 크다. 밤에 남자하고 있었지”라며 노골적으로 성희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성희롱 가해자들은 정작 자신의 성희롱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거나 농담 또는 위로의 표현이라고 오히려 반발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문이 잠긴 사무실 내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여직원을 뒤에서 포옹한 뒤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사실이 인권위에 의해 인정된 한 사회복지시설원장은 당시 피해자의 사과 요청에 대해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발뺌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한 군수는 계약직 직원 김모(여·24)씨에게 “누드 사진을 찍어 보겠느냐”고 제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군수는 당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군수를 음해하려 한 행위”라고 발뺌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희롱 진정 건수는 2005년 60건에서 지난해 212건으로 확대 일로에 있다.

지난 6월 현재 접수된 총 970건의 성희롱 진정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다수(41.8%)가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또 성희롱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직장 내 상하 관계’로 63.4%나 됐다. 특히 전체 성희롱 가해자의 24.2%가 공무원이나 준공무원, 교직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