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화일보가 경제학자 50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즉각 처리돼야 한다’를 지지하는 비율이 82%로 ‘미국 정부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문서화가 먼저’(14%)라는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나온 것은 비준안의 처리가 ‘국익’을 위해서나 혹은 ‘경제’ 논리 그 자체로서 부인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잘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이 ‘ISD 폐기 당론’을 유지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국회 처리 문제를 묻는 질문에 ‘여당 단독 처리’가 60%로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끝까지 합의 처리’가 34%나 나온 것은 국회의 합의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 FTA와 관련한 주관적인 견해를 서술해 달라는 질문에 교수들은 대부분 ‘자유경제의 원리’ 혹은 ‘국익적 관점’ ‘경제문제의 정치논리화 반대’ 등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며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

A 교수는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서 무역은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며 “자유무역의 외연 확장은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나 기계류 등 이익을 얻는 부문과 농·축산업 등 손해를 보는 부문도 있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FTA가 가져오는 초과 이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B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개방형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틈에 낀 상황에서 세계시장에서 일정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미 FTA를 통한 시장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C교수는 “경제구조상 우리나라는 결코 내수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출 지향적 경제정책으로 지금까지 발전을 이어왔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교수도 “FTA는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비용을 초과하는 확실한 이익이 있는 만큼 협정을 맺는 것이 우리나라로서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수들은 한·미 FTA가 대단히 신중한 문제인 만큼 시간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 교수는 “현 상태의 FTA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10여 개의 독소조항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재협상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F 교수는 “개방에 따라 피해를 보는 부문이나 집단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은 시장개방의 최소조건”이라고 밝혔다.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