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게을러서? 못버리고 쌓아두는 이들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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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증후군 / 마이크 넬슨 지음, 최지현 옮김 / 큰나무

쉴 새 없이 주변을 어지럽히거나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서류를 쌓아 두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정작 필요한 자료를 찾지 못해 서류 더미 속에서 허덕이기 일쑤다.

저자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잡동사니 중독자’라고 명명했다. 저자 마이크 넬슨 자신도 한때 잡동사니 중독자였다. 그런 생활을 청산하면서 그는 무려 1.5t의 잡동사니를 내다버렸다. 그리고 ‘잡동사니 없는 삶을 위한 모임’을 이끄는 클러터리스 리커버리그룹을 창립하고 잡동사니 중독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거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혹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이나 뻔한 수납요령 따위를 알려 주는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 싶지만,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어지러운 주변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책은 ‘어지르는 행위’의 저변에 숨겨진 심리적인 측면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이른바 ‘잡동사니’의 문제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잡동사니 중독자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실수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그리고 분실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변을 어지르는 행위는 곧 ‘내가 물건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음식과의 근본적인 관계를 바꾸지 않는 한 살을 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건과의 근본적인 관계를 바꾸지 않는 이상 깔끔하고 정돈된 삶을 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저자는 온통 주변을 어지럽히고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있는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창조적이고, 시각적인 것에 강하며 매사에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잡동사니 중독자들을 향해 ‘이런 강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의 30%를 잡동사니와 싸우면서 보내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잡동사니 중독 진단과 함께 구체적인 치유법도 실려 있다. 서류 하나당 19장의 복사본으로 늘어나는 종이 잡동사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쇄도하는 우편물을 어떻게 단계별로 정리해야 하는지, 전화메시지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서류는 어떤 방식으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 준다. 여기다가 주변이 정리되지 않는 원인을 찾아서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라고 권유한다.

도무지 정리를 하지 못하는 원인이 단순히 게으름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직장이나 삶에 대한 불만족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치우고 정돈된 삶을 꾸려 가려면 심지어 직장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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