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 존 엘드리지·스테이시 엘드리지 지음 /포이에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 서약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는 부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책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천착해 온 부부가 공동저자로 성격·동반자 의식·상처·섹스 등 결혼 생활을 하며 겪기 마련인 갈등들을 어떻게 풀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과 대안을 각각 아내와 남편의 입장에서 제시한다.

결혼 3년차에 실제 이혼 위기를 맞았고, 이를 극복했던 저자들은 특히 크리스천 부부들이 숨기고만 있었던 현실적 갈등들을 책을 통해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꿈꾸던 결혼 생활과는 너무나 다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수십년 동안 다르게 살아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살게 되면서 서로의 결함을 극복하지 못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임에도, 대다수의 부부는 그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기 꺼려한다.

저자들은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부부간 갈등을 해결하는 최우선책이라고 강조한다. 결혼 생활은 힘든 게 정상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또 결혼을 ‘전쟁’에 비유한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수치심과 혼란을 거듭 이겨내며, 매일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긴장감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 전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가감 없이 ‘폭로’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퇴근 후 남자는 옷을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은 순간에도, 여자는 그 때문에 잔소리를 해대는 순간에도 그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