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순도순 정물화는 무슨 대화를 나눌까(이주헌 지음/다섯수레) = 정물화(靜物畵)는 이름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물, 특히 일상에서 쉽게 보는 물건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사진예술이 발달한 21세기에 정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책을 읽어보면, 화가가 사물과 나눈 대화를 통해 거기에 깃든 애정과 기호를 느낄 수 있다는 데 정물화의 매력이 있다. 책의 앞부분은 유럽과 한국에서 정물화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뒤에 ‘꽃과 과일’ ‘먹을거리와 사냥거리’ ‘사물과 공간’ 등 7개의 주제로 나눠 대표적인 작품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미술평론가로 유명한 저자의 섬세한 어투가 풍성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여운을 준다.

예컨대, 얀 판 하위쉼의 ‘꽃과 과일’은 사계절의 꽃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것인데, 화가는 이런 연출을 통해 사람의 삶 역시 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꽃처럼 잠깐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므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스티브 잡스’

★ 스티브 잡스(남경완 글, 안희건 그림/비룡소) = 최근 전기가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돼 큰 화제를 일으킨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책. EBS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해 온 남경완이 잡스의 삶과 컴퓨터 산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글을 썼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안희건이 그림을 맡았다.

청바지에 터틀넥 차림의 잡스가 화자로 등장해 자신이 평생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는 늘 해적을 꿈꾸었어. 해적처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싶었거든. 내가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익살스러운 그림이 매사에 자신만만한 잡스의 말투를 친근하게 만든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험담을 퍼부으며 해고를 통보하는 모습의 그림은, 아이들 책으로서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잡스가 상상력과 창조성으로 정보통신 혁명의 아이콘이 된 과정을 생생하게 만나게 해 준다. 잡스의 생애를 통해 컴퓨터 통신 산업의 역사와 함께 관련 정보를 배울 수 있게 구성된 것도 장점이다.

모기 침·파리 입… 신기한 현미경 관찰법

★ 현미경 속 작은 세상의 비밀(글·사진 김종문, 그림 임혜경/예림당) = 현미경(顯微鏡)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세한 물체나 미생물을 확대하여 관찰하는 기구이다. 현미경 덕분에 피를 빨아들이는 모기의 침이 아랫입술에 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리 입 주변에 무수히 많은 털이 나 있다는 것도, 달걀 표면에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도 현미경이 없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미경 관찰을 어떻게 하는지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기성 세대들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현미경 관찰을 해 본 적은 있으나 대부분 주마간산 격으로 스쳤기 때문에 자신있게 답하는 이들은 드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현미경의 기본 원리와 함께 실험 관찰법을 설명했다. 관찰법에서는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실험 방법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씨앗 관찰 실험에서는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씨앗은 어떤 방법으로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지 설명하고 다양한 씨앗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 준다. 그런 뒤 씨앗 관찰법을 사진을 곁들여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 준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