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회사 임원이 시장조사업체측과 짜고 설문조사 응답 명목으로 의사 858명에게 무려 13억원을 뿌린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858명의 현직 의사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검찰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을 만들어 본격 단속에 나선 이후 최대 규모 사건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제약회사측이 지난해 말 이른바 쌍벌제(금품을 받은 의사나 약사도 제공자와 함께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한 법률)가 시행된 이후 ‘설문지 조사’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전달하는 신종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우현)에 따르면 지난해 3월16일부터 같은 해 4월6일까지 858명의 의사들에게 설문지 작성을 의뢰하고 한 건당 5만원을 주는 수법으로 13억원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한국오츠카제약 영업마케팅부문 전무이사 이모(56)씨와 시장조사업체 ㈜MNBK 대표이사 최모(57)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설문조사는 한국오츠카제약이 M업체를 통해 자사 전문의약품 중 위염·위궤양 치료제인 ‘무코스타’와 항혈소판제인 ‘프레탈’ 등 자사 대표약품 2개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자사 제품을 처방하는 전국 권역의 의사를 중심으로 설문대상자를 선정하고 의사들의 제품 사용량(처방액)에 비례해 설문 건수까지 정했다. 이어 의사들에게 2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설문지를 돌린 다음 회수된 설문지 한 건당 5만원씩 지급하는 수법으로 의사들에게 돈을 전달했다. 의사 A씨의 경우 104건의 설문지를 작성해 약 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같은 설문지 조사 수법으로 의사들에게 뿌려진 설문지는 2만7618장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전달된 리베이트 액수는 13억2600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현일훈·김영주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