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운악산 서쪽인 포천 쪽에서 오르다보면 험한 지세를 이용해 일부 구간에 쌓은 석성(石城)을 만난다. 운악산성이다.

이 산성에 대해 언급된 옛 문헌은 없다. 1997년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서 발간한 ‘경기도 포천군 군사유적 지표조사 보고서’에 위치와 구조, 채집 유물 등에 관해 간략하게 기록돼 있다. 산성은 운악산의 서쪽 경사면에 축성됐고, 해발고도는 448~935.5m이다. 성벽은 운악산 정상에서 북쪽과 서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 축조돼 북서쪽 계곡에서 만난다. 전체 길이는 3371m로 짧지 않다.

이 보고서는 산성이 험하고 한정된 구간에만 축성된 점, 축성 방법이 계획적이지 못한 점 등을 들어 고려시대에 긴급한 상황에서 축성돼 사용하다 폐기된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건국 이후에도 운악산은 궁예가 한동안 장악했었다는 점에서 재야학계와 지역 주민들은 궁예가 축성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그렇다면 1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성이다.

하지만 궁예가 지은 성이라는 확실한 고증이 없어서인지 보존사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이 훼손됐다. 오랜 세월 탓에 흘러내린 곳이 여러 곳이고, 또 무속인들이 산성 돌을 빼다가 토굴을 짓거나, 돌탑을 쌓고, 계단을 놓는데 써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구간이 적지 않다. 한번 경기도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작업을 해 산성의 연원을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역사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성터를 우회하는 등산로를 만들어 운악산성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잘 정비해서 ‘궁예 성터순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등반객들도 더 늘어날 것이다. 운악산을 사랑하는 지역주민들은 궁예가 옥쇄한 운악산성을 ‘한국판 마추픽추’라 부르며 보존을 바라고 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