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개교 65년 만에 일본학(日本學) 전공 학부과정을 개설하는 것은 뒤늦었지만 국내 일본학 연구와 관련해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서울대는 13일 “내년 초 일본학 전공 과정이 포함된 동아시아언어문명학부를 개설하기로 학장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 있으나, 개설 일정에 차질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국내 일본학이 질적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서울대가 일본학 전공 개설을 금기(禁忌)로 치부해온 건 시대착오적이다. 경성제국대학의 후신(後身)으로 오해받게 될까 하는 조심성과 일제 식민지배의 피해의식에 매몰된 결과였다. 하지만 일본과는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각별히 밀접한 관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취적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도 정확하게 충분히 알아야만 할 대상이다. 맹목적 반일(反日)감정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많은 사립대학은 물론 43개 국·공립대 중 17개 대학이 이미 일본 관련 학과를 개설한 이유 역시 달리 있지 않다. 서울대 일각에서도 일본학 전공 개설을 외면해온 데 대한 비판이 1990년대 들어 본격 제기돼왔다. 2000년 서울대 총장과 일본의 대표적 국립대인 도쿄대 총장이 서울에서 상호 연구협력 강화에 합의한 뒤, 서울대는 국제대학원과 언어학과 등에 일본어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2004년엔 일본연구소도 설립했으나 학부 전공은 개설하지 않았었다.

서울대는 일본학 전공 학과를 문학·역사·철학 등 일본에 대한 총체적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 배출의 산실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의 일본학 전공 개설을 머뭇거리게 해온 도쿄대 역시 상호주의 차원에서 학부 과정에 한국학 전공 개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