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총, 투표 / 폴 콜리어 지음, 윤승용·윤세미 옮김/21세기북스

‘왜 독재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은 독재와 폭력, 유혈사태로 얼룩진 최빈국 아프리카의 질곡의 원인을 분석한다. 최빈국이 빠진 빈곤의 덫을 분석한 ‘빈곤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빈곤과 내전의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선진국들이 퍼붓는 거액의 원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낭비된 채,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아프리카만 왜 저개발과 내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빈국에서는 정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으며, 뇌물을 쓰고, 협박을 하며, 막강한 후보가 나오지 못하도록 선거판을 제한하고, 표를 제대로 세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승리자의 권력에 제한이 없게 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나쁜 통치자들은 온갖 부정과 정치적 폭력을 저질렀다. 정치적 폭력은 그 자체가 책임있고 합법적인 정부를 세우는 데 있어 재앙이자 장애물이 된다.

저자는 독재와 폭력, 유혈사태로 얼룩진 코트디부아르와 케냐, 짐바브웨 등 최빈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선거’가 아니라 ‘안정성’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군사 비용을 늘리는 아프리카 국가에는 그에 맞는 비율로 원조를 줄일 것을 제안한다. 국제사회가 최빈국 사회에 존재하는 민주주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