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수행하는 것에 대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동시에 나라를 비우면 안 된다”는 지적이 군 일각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다.

12일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고, 합참의장은 인사절차 중”이라며 “안보 개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과 국군조직법상 군통수권은 대통령이 지니지만, 대통령의 부재 시에는 국방장관에게 승계되고, 국방장관 부재 시에는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합참의장도 후임 인사 절차 중에 있어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국방부와 군 내부에서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과 맞닥뜨리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 사정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동시에 나라를 비울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전부터 이런 관행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순방 직전인 지난 9일 한민구 합참의장의 후임으로 정승조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명했다. 정 부사령관은 오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등 인수인계 과정에 있어 합참의장의 직무수행에도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군 수뇌부 출신의 여권 관계자는 “군사지휘기구(NCMA) 멤버들(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의 핵심이 같이 자리를 뜬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휘권 혼선 등에 대한)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정원장 등 정부 핵심 인사들이 군 미필자이다 보니 안보에 대한 기본 개념이 안 돼 있다”는 원색적인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군 지휘부와 간담회를 열고 “(군통수권자와 국방장관 부재 중)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대북 경계 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서 이뤄진 이번 국빈 방문에서 국방장관도 미국의 초청 대상”이라며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국방장관도 방미에 동행했지만, 현 합참의장이 퇴임 때까지는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등 대비태세의 공백 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세동·박준희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