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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경기대 경상대학장 국제경제학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로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글로벌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유럽연합(EU) 전체의 2%지만 지난해 재정적자가 13.6%에 이르고 국채가 무려 230억유로이며 대외채무는 총 3092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3개국에 투입된 구제금융만 4316억유로이며, 이탈리아의 정부부채는 1조6000억유로로 구제금융을 받은 세 나라의 부채를 합친 금액의 3배가 넘는다. 최근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A2’로 강등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은 높은 정부부채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에 재정통합 기구를 만들어 유로존 전체 예산을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유럽의 경우 유럽 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으로 확대되거나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상황 발생 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이탈이 나타나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의 원화 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 유럽계 은행 부실화와 자금경색으로 인해 한국의 경우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글로벌 경기는 회복이 상당기간 소요되는 나이키형이나 L자형이 될 수 있다.

미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지고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외국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주가의 변동폭이 확대돼 한국은 하반기에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응책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통화정책의 기조를 물가 중시 정책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의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을 완화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기추이와 주요국의 금리정책을 고려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경기부양보다는 재정건전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금융회사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글로벌 단기자금 시장 위축에 대비해 유동성 및 건전성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성 외화 부채의 점진적 축소와 외화 부채 구조의 건실화가 요구된다.

셋째,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해 외환 건전성지표 관리와 더불어 금융 외환위기로 진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의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88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서 배울 점은 분명하다. 복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물가안정과 재정의 흑자가 전제돼야 하며 경기과열 시 재정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도한 투자로 인한 경기과열을 통해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되풀이되고 사회보장 비용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경우 18% 수준으로 한국(3.7%)보다 5배 높아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국은 재정정책의 편성 및 운용이 이들 국가와 다르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의 예에서처럼 경기가 좋을 때 이에 순응하는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경상수지 악화나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해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