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뒷모습 / 세라 손튼 지음, 이대형 배수희 옮김 / ;세미 콜론

소수의 컬렉터를 포함해 일부 애호가의 공간이었던 갤러리, 미술관은 이즈음 일반인의 나들이용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시와 더불어 경매,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 미술현장이 활성화하면서 국내서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성장했다. 국내외에서 각종 미술품 경매를 통해 경이로운 경매가 기록이 수립됐고, 동물표본 낙서장 같은 현대미술가의 튀는 실험과 도전에도 세인의 관심이 모아진다. 미술품의 진위 논란과 더불어 탈세, 비자금과 맞물린 일부 부도덕한 미술품 구입 등의 미술가 소식은 사회면 뉴스로도 집중 조명되고 있다. 출판에서도 명화 해설서, 세계 유명미술관 순례, 작가 및 작품론 류의 저서뿐 아니라 세계 현대미술 흐름, 미술시장 동향에 초점을 맞춘 기획서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은 문화사회학자인 영국인 저자가 미술현장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기록이다. 프리랜서 언론인인 저자는 4년여 뉴욕·로스앤젤레스·런던·바젤·베니스·도쿄(東京) 등 세계 6개 도시에서 현대미술이 생산 유통 소비되는 핵심 현장을 취재하고 250여명의 미술인들을 인터뷰해 그 이면까지 담아낸다. 이 책에선 집중 분석된 현대미술의 현장은 옥션,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의 미술장터와 더불어 미술학교, 미술상(賞), 미술잡지, 작가 스튜디오 등 구체적인 7곳. 작가, 딜러, 큐레이터, 비평가, 컬렉터, 옥션전문가들이 활동하는 7곳의 미술 공간에서 좋은 작가, 큐레이터, 딜러의 자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그곳 사람들의 소리와 현장 분위기를 르포기사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미술품이 소비되는 바젤 아트페어로 시작해 국제적인 미술행사이자 미술인의 사교장인 베니스비엔날레로 끝을 맺는다. 7편의 드라마처럼 구성됐으며, 프랑수와 피노, 블럼&포, 루벨가족 등 유명 컬렉터 및 화상 래리 가고시안, 바버라 글래드스톤 및 작가 애니시 카푸어,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큐레이터 로버트 스토 등 세계미술계 상위 1%의 파워피플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아트비즈니스의 기본을 가르치는 미술대학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칼아츠의 비평 수업을, 미술품의 생산 공간으로 도쿄의 무라카미 다카시 스튜디오를 찾는다. 이밖에 고가품 위주인 뉴욕 크리스티경매의 이브닝세일 외에 일반인으로선 별세계인 미술상과 미술비평의 현장으론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터너상과 뉴욕아트포럼 매거진이 개별 항목으로 다뤄진다.

지난 10년간 미술시장의 급성장을 주목한 저자는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이 미술에 그토록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매우 비싸졌기 때문”이라며 ‘더 핫(hot)하고 더 힙(hip)하며 더 비싸진’ 내밀한 미술계 구조를 짚어낸다. 또한 “위대한 작품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번역자 이대형씨는 “이 책이 그동안 미술사가 큐레이터들이 건드리지 못했던 미술계 뒷이야기를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입을 통해 누설하고 있다”고 이 책을 소개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