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지면 달라진다 /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 / 갤리온

1998년 잡지 ‘피플’ 웹사이트는 독자들에게 그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명 순위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편집자들은 50명의 명단을 미리 정해놓고 투표결과로 순위를 정할 계획이었다. 편집자들은 투표 방식이 제시한 후보 명단 외에 참여자들이 지지하는 인물의 이름도 직접 적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은 ‘성난 주정뱅이 난쟁이 행크(Hank the Angry Drunken Dwarf)’를 그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뽑아주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다양한 토론 게시판과 메일링 리스트 사용자 등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갑자기 행크에 대한 몰표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술에 취해 분노하는 연기로 유명한 성난 주정뱅이 난쟁이 행크는 약 25만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피플’이 원래 1위 후보로 꼽았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겨우 1만4000표를 얻어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행크의 사례는 ‘1조 시간’을 가진 새로운 대중의 탄생을 설명하는 예화에 불과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와 함께 정보기술(IT) 분야 가장 주목할 인물로 꼽는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세계 20억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며 “TV에 낭비되는 이 시간이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게 되면서 사회 변화를 위한 막강한 자원이 됐다”고 설파한다. 이 자원을 저자는 이 책의 원제인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라 부른다.

저자는 2008년 출간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에서 노동시간의 감소와 기술의 발전으로 전세계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1조 시간이 넘는 여가 시간이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인이 1년 동안 TV를 보는 데 쓰는 시간은 2000억 시간.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10년 동안 투입된 시간보다 2000배나 많은 시간을 단 1년 동안 TV를 보는 데 쓴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간의 1%만 조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인지 잉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새로운 대중은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풍부한 예시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낸다.

2007년 케냐에서 부정선거를 둘러싸고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케냐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폭력사태의 보도를 막자 케냐의 변호사이자 정치운동가 오콜로가 블로그에서 폭력사태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자 독자들이 직접 목격한 폭력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e메일로 쏟아졌다. 오콜로가 시민의 보고를 자동으로 모으고 지도 위에 공격이 일어난 위치를 거의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블로그에 올리자 프로그래머 두 명이 나섰다. ‘우샤히디(스와힐리어로 ‘증언’을 뜻함)’라는 프로그램이 3일 만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보고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와 폭력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혁명을 관리하는 방식 중 훌륭한 개념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되도록 많은 집단이 충분히 많은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급진주의자들이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보도록 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확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협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앞에 있는 기회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아주 거대하다”며 “‘인지 잉여’를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에게 가장 유리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