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과학 / 리드 몬터규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배우자를 택할 때 외모에 비중을 둘지, 능력에 무게를 둘지, 아이는 하나만 낳을지, 둘을 낳을지, 대학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할지, 직업전선에 뛰어들지, 점심엔 된장찌개를 먹을지, 김치찌개를 먹을지, 대중 교통을 이용해 출근할지, 차를 끌고 집을 나설지….’

우리의 일상과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의사결정 연구의 권위자로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선택을 할때 우리가 어떤 과정을 통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선택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저자는 “선택이란 것에 가장 큰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 선택이란 없다는 사실”이라며 “단지 가치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한 가지 행동을 선택하는 반면, 또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는 행위는 우리의 뇌가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즉 사고 모두의 가치를 따지는 방식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유래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뇌의 가치 판단 과정을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장치(fMRI)’로 불리는 장치를 통해 시각화하고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분석했다.

책의 원제처럼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Why choose this book?)’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서부터 폭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기로 선택하는지, 나아가 연애나 윤리, 경제적 결정에 이르기까지 선택에 관한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있다.

그중 콜라의 선택에 관한 실험은 특히 흥미롭다. 이른바 ‘펩시 챌린지’라는 마케팅 사례다. 펩시콜라는 1975년 미국 전역의 쇼핑 센터나 백화점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맛있는 콜라를 고르는 실험을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상표가 붙어 있지 않은 두 컵에 담은 채 실험참가자들에게 각각 한 모금씩 마시게 한 다음 맛있는 것을 선택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의 십중팔구는 펩시를 선택했다. 저자는 이 실험에 대해 “내용물 면에서는 펩시가 더 뛰어남이 분명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평소에 현존하던 어떤 것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정말 중요하며, 특히 어떤 것을 선택함과 동시에 다른 것을 배제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브랜드에 대한 뇌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두 컵 모두에 코카콜라를 따라 놓고 그 중 한쪽 컵에만 ‘코카콜라’라는 라벨을 붙여 더 맛 좋은 쪽을 선택하게 했을 때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라벨이 붙은 쪽을 택했다. 반면 펩시콜라의 경우 똑같은 실험에서 브랜드명에 대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실험은 문화적 메시지, 즉 펩시냐 코카콜라냐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신경계에서 ‘차별적 표상’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선택’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선택의 순간마다 왕성하게 신호를 주고받는 뇌 활동이 비로소 느껴지며, 일상적인 경험이 문득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