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전 / 귄 다이어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이 책은 결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만을 늘어놓는, 출판가에 넘쳐나는 기후변화 관련서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느 기후 관련서적보다 엄중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실감나는 경고를 던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가슴이 떨려옴을 느낄 것이다.

책은 한마디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향후 닥쳐올 전인류적 위기에 세계 각국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21세기의 대부분을 잠식할 것처럼 보이는 종말론적 위기에 대처하려는 세계 각국의 정치·군사 전략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저자는 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걷잡을 수 없는 압력에 직면해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 암담한 상황을 자세히 다룰 엄두를 낸 책은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기후변화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국가적이며, 국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세계의 정치, 경제, 국제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지구 평균기온이 고작 2도만 상승해도 세계 정치는 ‘끓는 점’에 도달하게 된다. 대대적인 기후 난민 물결, 국가의 시스템 파탄, 부족한 식량과 물을 둘러싼 충돌과 분쟁은 결국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 각국은 살벌한 정치·외교·안보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유럽연합(EU)은 해체되고, 북극해는 영토분쟁에 휩싸이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전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책은,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거듭 확인해준다. 군사전략가들은 이미 저자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비슷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결코 ‘아니면 말고’식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는 저자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추가한 ‘2042년 한국 시나리오’를 읽으면 더욱 분명해진다. 저자는 이 시나리오에서 2020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예상했고, 한반도와 국경을 맞댄 중국의 혼란스러운 내부 사정을 한국의 정세 변화를 좌우할 외부요인으로 지목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저자의 ‘한국, 2042년’ 시나리오를 보면, 북한의 붕괴 이후 남한은 북한 주민 2500만 명의 식량까지 공급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게다가 치솟는 국제 곡물가로 인해 벌어들인 외화를 거의 다 써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지구온난화의 극심한 피해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2035년 지구 평균기온이 2도 높아졌을 때 중국은 평균 3.5도 상승한 데 비해 한국은 1.8도 상승에 그쳤다.

“한국인들은 예전처럼 육식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아직 먹을거리는 충분했다”고 저자는 에둘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시적이다.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예측은 직접 책을 보시길.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