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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빠들은 육아와 가사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을까.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맞벌이 부부의 생활시간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가사 및 가족 돌보기’에 27분을, 여성은 3시간5분을 할애한다고 응답했다.

여성이 육아 및 가사 노동에 남성보다 무려 6배 이상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워킹 맘(working mom·일하는 엄마)’의 주요 갈등 대상으로 ‘남편’을 꼽은 여성이 18.4%에 달했다. 가사·육아에 있어 ‘남편이 나보다 덜 하고 있다’는 응답이 35세 미만 워킹맘의 경우 68.9%, 35세 이상은 71.5%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의 단적인 예로 아빠가 아이가 아프다고 조퇴를 신청하면 ‘팔불출’소리를 듣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육아와 가사는 엄마 몫, 밖에서 돈 버는 것은 아빠 몫이라는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소외된 아빠에서 사랑받는 아빠로 = 하지만 최근 육아와 가사에 동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젊은 아빠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여성에게도 쉽지 않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 2002년 78명에서 2005년 208명, 2007년 310명, 2009년 502명, 2010년 819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670명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실제로 아빠의 양육 참여도가 높을수록 유아의 자아 존중감과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아빠 효과(the effects of father)’에 관한 연구 논문도 여러 편이 있을 정도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부인을 위해 육아 등에 참여하는 일명 ‘프렌디(friend+daddy·친구같은 아빠)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육아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물론, ‘아빠 캠프’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아빠와 함께 하는 1박2일 캠프’에 모두 1525명의 아빠가 지원해 200명의 아빠와 가족이 선발되기도 했다.

◆‘프렌디’되기 4단계 = 직장인 김기완(33)씨는 최근 아내의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육아 공부 삼매경에 푹 빠졌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들의 모임인 ‘100인의 아빠단’에 가입해 차근차근 알아보니 생각보다 아빠가 실천할 수 있는 육아법이 많은 것에 놀랐다.

‘프렌디’되기 1단계로 모유 수유는 엄마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엄마가 직접 모유수유를 할 수 없더라도 유축기를 이용해 젖을 모아두면 아빠도 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 2단계로 생후 6개월 정도 되면 아빠와 함께 하는 나들이가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3단계는 만 24개월 정도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이다. 아빠가 아이와 빈번하게 접촉할수록 아이의 인지 발달과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 ‘아빠 효과’가 나타난다. 사랑을 담은 스킨십을 자주 해서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4단계는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 아이가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어휘력이 향상되는 3세부터는 아이를 품에 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