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 / 스티브 포브스·존 프레바스 지음, 하윤숙 옮김 / 에코의 서재

‘안철수 신드롬’이 추석 연휴를 지나서도 식을 줄 모르며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지만 자기 혁신이 없이 기득권 지키기에 집착하는 구태 정치의 한계를 못 벗어난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신물이 난 대중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정체와 총체적 위기를 속시원히 해결해줄 21세기형 새 리더십에 목이 타고 있다.

‘포브스’지의 스티브 포브스 회장과 역사학자 존 프레바스가 함께 만든 이 책은 페르시아 건국의 아버지 키루스에서 로마공화국의 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까지 고대 세계를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끈 지도자 6인의 삶과 페르시아, 고대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등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3000년을 이어온 권력과 리더십의 본질을 심층 해부한다. 저자들이 리더십에 주목한 이유는 2008년 이후 불어닥친 유례 없는 경제 위기와 정치 외교적 국제 공조의 실패가 결국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진단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섯명의 인물은 ▲무력이 아닌 관용과 포용을 기반으로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20대의 젊은 철학자이자 일개 용병 출신으로 페르시아 한복판에 갇힌 그리스 용병대를 뛰어난 언변력과 소통의 힘으로 위기에서 구해낸 크세노폰 ▲강력한 카리스마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으나 결국 오만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은 알렉산드로스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수적으로 열악한 군대를 이끌고 한겨울에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대군을 무찌른 역전의 전략가 한니발 ▲로마의 정치적 격동기에 세상의 판도를 읽는 남다른 능력으로 권력을 쟁취한 카이사르 ▲최고권력자임에도 스스로 황제이기를 거부하며 절제와 균형으로 로마 대제국의 전성기를 40년 이상 이끌었던 아우구스투스다.

책은 이들 고대 지도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을 ▲인격 ▲열린 자세 ▲명확한 비전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설명한다.

책이 단지 이들 6인의 삶과 리더십의 조명에 국한했더라면 종래에 나온 수많은 리더십 관련 책들과 별 차별점이 없을 것이다. 책은 이들 고대의 지도자와 오늘날 최고경영자(CEO)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찾고 이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점이 여느 리더십 책들과 비교해 도드라지게 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크세노폰의 지도력은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모터스의 미국 법인을 이끌었던 전 CEO 핀바르 오닐과 비교된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 내 공백이 생기고 경영진 내부의 불만과 적대적인 경쟁자의 위협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똑같이 성공적인 접근방식을 보였다. 두 지도자는 권력의 공백을 메우고 여론을 형성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줬던 것이다.

저자들은 또 키루스와 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 크세노폰과 다우코닝의 개리 앤더슨, 알렉산드로스와 타임 워너의 제럴드 워비 사이에서 닮은꼴을 찾고 오늘날 리더십의 부재를 해결할 모델의 원형을 탐색한다. 저자들은 고대 세계의 지도자들과 오늘날 리더들이 처한 조건과 환경은 매우 다르지만 고대 지도자들이 제국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오늘날 기업과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파한다. 인간 상호작용의 본질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두려운 시대,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고대 사회의 위대한 리더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관성을 찾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